[건강]"4落5當"…뇌가 푹 자야 성적도 쑥쑥

  • 입력 2002년 4월 14일 17시 38분


0교시 수업, 야간 보충수업, 별보고 등교해서 별보며 귀가….

한국의 고교생은 괴롭다.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적, 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어찐 일인지 뇌과학(腦科學)에 근거한 해석은 빠져 있다.

과학적으로 공부는 분명 뇌가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초 ‘뇌 연구와 교육’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국의 뇌 연구가들로 하여금 지구인의 바람직한 교육법을 찾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들은 뇌가 아니라 몸으로 공부해야 한다. 뇌가 몸에 따라가려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뇌 연구가들은 ‘양적 교육’에서 ‘질적 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양(量)이 아니라 질(質)〓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공부 시간이 많을수록 성적이 올라간다고 믿는다. 서울 D고의 오모 교사도 “입시에서 수석한 학생이 인터뷰에서 충분히 잤다고 말하는 것은 ‘보도용’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 사법고시에 합격한 백대현씨(25)는 “고교 때 6, 7시간은 잤고 휴일에는 푹 쉬었다”면서 “주위의 사법연수원생들도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단지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것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

한국뇌학회 서유헌 전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 5시 정도까지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것이 20시간 멍한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뇌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 틈틈이 쉬어야 한다. 뇌는 활동한지 30분이 지나면 활동이 느려지고 1시간 이후엔 신경세포의 각종 기능이 뚝 떨어지는 ‘불응기(Refractory Period)’에 빠진다. 따라서 적어도 1시간에 10분은 쉬어야 한다.

▽잠은 시간의 낭비가 아니다〓뇌 연구가들은 현실적으로도 4당5락(四當五落)이 아니라 4락5당(四落五當)임을 강조한다. 수면은 기억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과정이다. 신생아가 출생 직후 하루 20시간 정도 자는 것은 갑자기 접한 엄청난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기억의 메커니즘을 보자. 감각기관이 보내온 정보를 뇌에 단기 저장하는 역할은 해마가 담당한다. 해마는 본능과 감정을 조절하는 ‘가장자리계’(변연계) 안에 있다. 해마에 단기 저장된 정보는 수면 시 대뇌피질로 옮겨져 장기 저장된다. 따라서 성적을 올리려면 저녁까지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밤에 푹 자야 한다. 밤에 푹 잔 학생이 밤새워 공부한 학생보다 시험을 더 잘 친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일반인은 8시간 정도 자야 하지만 사람마다 적정한 수면 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몇 시간을 잤을 때 컨디션이 가장 좋은지 기록한 뒤 이를 지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은 수면이 부족할 때 낮에 일시적으로 뇌 활동이 멈추는 ‘가수면’에 빠지는 등의 방법으로 모자란 수면을 벌충하기 마련이다.

한편 잠을 잘 때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므로 성장기에는 잠을 잘 자야 키가 커진다.

▽전뇌(全腦)교육, 낙뇌(樂腦)교육〓대부분의 고교생이 뇌의 해마를 혹사시키는 교육만 받고 있다. 그러나 뇌가 골고루 발달해야 공부도 잘하게 된다.

우선 평소 풍부한 독서와 사고로 뇌의 CPU 격인 앞이마엽(전전두엽)을 계발해야 수능시험이나 논술고사 등에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의 뇌가 발달해야 지능의 뇌도 발달한다. 뇌에서 단기 기억을 맡는 해마는 변연계 안에 있다. 음악감상 미술활동 등으로 감정의 뇌를 발달시키면 해마가 왕성해지기 마련이다.

또 눈 바로 뒤쪽에 있는 뇌인 눈확엽(안와전두엽)은 뇌활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뇌인데 변연계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스스로 동기를 찾아 공부하면 기분이 즐거워지고 변연계 내의 해마를 자극해 기억력이 좋아진다. 이로 인해 성적이 오르면 동기부여가 돼 뇌가 긍정적으로 자극받는 ‘선순환(善循環)’이 가능해진다.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엔 정신을 맑게 깨어있게 유지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세포의 그물인 ‘망상활성화계’가 있다. 이도 역시 변연계의 영향을 받아 즐거울 때 제대로 움직인다.

반면 ‘억지 교육’ 때엔 감정이 메마르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감정의 뇌가 위축되면 뇌는 본능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감정을 충족하려고 하고 이 때문에 청소년 비행이 일어나게 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 청소년기까지의 뇌의 발달과 교육포인트

나 이

뇌 형성 및 발달 부위

교육 포인트

주의사항

3세 이전

기본 회로망 구성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골고루 자극을 준다

시각이나 청각 등 한쪽 자극만 주면 뇌에이상이 생긴다

3∼6세

주로 이마엽(전두엽)

궁금증을 유발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남과 더불어 사는 지혜, 도덕성을 길러준다

주입식 학습지 교육이나 산수 한글 영어 등의 암기식 교육은 역효과

6∼12세

관자엽(측두엽)

영어 등 언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짧은 문장으로 남을 감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말 표현 능력을 길러준다

마루엽(두정엽)

입체 공간적 인식, 지각과 관련된 물리 수학 등 과학적 지능을 기른다

원리에 입각한 실험 실습이 필요하고 주입식 교육은 곤란

12세 이후

뒤통수엽(후두엽)

시각정보 처리 영역이 발달하며 외모에 신경쓰고 자아의식이완성되는 시기이므로 끊임없이 대화한다

아이들의 감수성과 스타 지향적 사고를 인정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주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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