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엄마! 칠판 글씨가 안보여요"

  • 입력 2002년 4월 14일 17시 41분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땐 60cm 이상의 거리에서 모니터를 약간 내려다 보게끔 해야 한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땐 60cm 이상의 거리에서 모니터를 약간 내려다 보게끔 해야 한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이모씨(34·여·교사)는 최근 가슴이 철렁하는 일을 겪었다. 이씨가 안경을 새로 맞추기 위해 동네 안경점을 들렀다가 같이 따라나선 아들 희철(6)이의 시력을 우연히 잰 결과 정군의 양쪽 시력이 0.3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씨는 아들의 눈이 다시 좋아질 수는 없는지, 안경은 당장 껴야 하는지 등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희철이처럼 시력이 나빠도 잘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알게 되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시력을 측정해보고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의 2001년 학생 신체 검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12만명 중 39.53%가 0.7 미만의 근시로 나타나 10년 전인 91년도 16.56%에 비해 근시학생 비율이 무려 2.3배나 증가했다.

▽어린이 근시는 왜 생기나〓최근 어린이 근시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대해 일부에선 TV나 컴퓨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근시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근시는 5∼6세에 가장 많이 발견되고 20대 중반까지 계속 진행된다.

희철이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안경을 껴봤을 때 정상시력으로 돌아온다면 초등학교 입학 후 안경을 착용해도 된다.

그러나 아이가 공부나 놀이에 불편해하거나 안경을 착용했는데도 정상시력이 안 나온다면 약시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경을 곧바로 착용한다.

약시는 시신경으로부터 뇌로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가 발달하지 않아 시력발달이 도중에 정지한 것. 9∼10세가 넘어버리면 안경을 착용해도 정상시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약시는 심한 짝눈이나 원시와 난시가 동시에 있을 때 잘 생긴다. 약시가 나타났다면 늦어도 8세 이전에 약시치료를 해야 정상시력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눈피로를 푸는 데 좋은 눈체조는 1920년경 미국에서 시행돼 처음에 각광을 받았으나 근시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눈체조 초음파치료 침술 등이 시행되고 있으나 의학적인 검증은 되지 않았다.

한편 장시간 독서와 글쓰기 등의 근접작업으로 눈 수정체 조절 근육이 수축해 일시적으로 근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태를 가성(假性)근시라고 한다. 이땐 안과에서 근육을 마비시키는 안약을 넣고 정확한 굴절검사를 하면 가성근시 여부를 알 수 있다. 가성근시로 밝혀지면 약물요법으로 1∼2주 치료하면 좋아진다.

삼성서울병원의 오세열 교수는 “근시의 진행을 막거나 눈이 좋아지는 영양제는 없다. 한창 자라는 시기엔 과일 채소에 많은 비타민 C, 고기류와 생선에 많은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눈이 좋아진다고 선전하는 구멍 뚫린 안경도 마찬가지로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일 땐 병원으로〓신생아의 시력은 원래 물체를 어렴풋이 감지할 정도로 나쁘다. 즉 0에 가까운 시력을 갖고 있다가 차츰 발달해 6개월땐 0.1, 만 1세땐 0.2, 2세땐 0.3이 된다. 1.0의 정상시력이 나오려면 6∼7세가 돼야 가능하다.

시력장애가 있는 유아는 △검은 눈동자의 양쪽 색깔이나 크기가 다르거나 △생후 2∼3개월이 돼도 엄마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생후 4개월이 지나도 눈 정렬이 바르지 못한 증상을 보인다.

어린이가 △그림이나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보거나 △왼쪽으로 불렀는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거나 △눈을 자주 비비거나 △한쪽 눈을 자주 감거나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을 보이면 빨리 안과 전문의에게 데려가 정밀 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부모가 주의를 다해도 어린이의 시력발달 장애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린이들은 6∼7세까지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는 게 좋다. 선진국에서는 시력발달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1∼6세에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 만 3세가 되면 안과에 데려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 공상묵 김용란 교수, 서울 빛사랑 안과 이동호 원장)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시력교정 특수하드렌즈 과신은 금물

최근 잠잘 때 끼는 것으로 시력을 교정해주는 특수 하드렌즈가 선보였다.

정상보다 튀어나온 각막을 밤새도록 눌러놓아 일시적으로 정상시력을 갖게 하는 것이 특수 하드렌즈다.

특수 하드렌즈엔 상품명으로 OK렌즈, LK렌즈, 드림렌즈 등이 있다.

특수 하드렌즈는 정상 각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각막의 모양을 바꾼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눌려진 각막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시력이 도로 나빠진다.

또 각막을 누르는 것엔 한계가 있으므로 눈이 아주 나쁜 경우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잠 잘 때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시력개선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력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며 계속 착용해야 같은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그 회복시력의 유지 기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료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렌즈 자체가 고가(80만∼100만원)이며 착용 도중 실패할 확률도 있고 다른 일반 렌즈와 마찬가지로 각막염 결막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의 진찰과 처방에 따라 렌즈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콘택트렌즈는 아이가 발레 등의 운동을 하거나 외관상 문제로 안경 착용을 싫어하는 등 분명한 목적이 있을 때 사용하며 아이가 콘택트렌즈를 스스로 세척할 줄 알아야 한다.

튀어나온 각막을 레이저로 깎아내는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 수술은 시력이 계속 변하는 만 20세 이전에는 피해야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소아안과 오세열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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