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 절반이상 낮잠…작년 37%만 활용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25분


국내에서 개발된 특허기술 중 절반 이상이 산업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잠자고’ 있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휴면(休眠) 특허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특허 거래를 활성화하거나 무상으로 기증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특허청과 한국기술거래소 등에 따르면 기술특허 실용신안 등의 특허기술의 활용도는 97년 18.2%, 98년 36.6%, 99년 43.8%, 2001년 37.3% 등으로 나타났다. 상표 의장 등을 포함한 산업재산권 전체로도 97년 24.0%, 98년 46.8%, 99년 48.5% 등이었다.

‘휴면 권리’에 대한 조사는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기업체 연구소 대학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까지 포함하면 활용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특허청은 추산하고 있다. 특허권 활용 비율은 미국의 65%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아 국가적인 자산이 낭비되고 있는 셈.

대기업이나 기관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중소 벤처기업에 중개하기 위해 2000년 초 한국기술거래소가 설립됐지만 이용실적은 미미하다. 또 한국발명진흥회가 무료로 거래를 알선하는 ‘특허장터’를 통해서도 2000년 30건, 2001년 81건만이 거래됐다. 2001년 현재 등록돼 있는 특허기술, 실용신안은 42만1551건으로 이 가운데 37%가량인 15만5900여건만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기술거래소 오강현(吳剛鉉) 사장은 “2001년 특허기술 등록 유지비로 받은 약 700억원중 440억원은 활용되지 않은 특허기술의 ‘보관료’라며 휴면 기술의 활용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 수백개의 특허기술을 등록하고 있는 LG화학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10여개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미활용 미실시되고 있는 특허권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특허권 기부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특허청에 건의했다.

개발한 기업은 사용하지 않고 필요가 없는 특허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 벤처기업에 줄 수 있도록 △정부 지정 비영리 기관에 맡겨 수요자를 찾아주도록 하고 △맡겨진 특허권에 대해서는 기술의 가치 만큼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를 감면토록 해야 한다는 것.

오 사장은 “미국의 ‘내국세 규약’은 국가와 주정부 등이 지정하는 기술이전센터에 특허권을 맡겨 기부하면 특허권의 시장가치를 평가한 후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특허권 기부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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