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창업]인터넷 소호몰 2인의 성공 노하우

  • 입력 2002년 4월 17일 15시 24분


전재익씨(왼쪽)와 박순주씨가 각자의 사이트가 떠있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재익씨(왼쪽)와 박순주씨가 각자의 사이트가 떠있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어, 안녕하세요?” “아, 네에….” 처음에는 어색하게 만났다. 전재익씨와 박순주씨. 그러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은 서로의 어려움이나 노하우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본업이 학생, 주부지만 월 매출 500만원이 넘는 가게의 사장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상권, 자본, 인력과는 무관하게 인터넷에 가게를 차려놓고 물건을 파는 ‘디지털 상인(商人)’ 또는 ‘소호(SOHO)족’이다. 동아일보는 대표적인 소호족 두 사람을 통해 정보기술(IT)로 인한 유통혁명 시대에 앞서가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 전재익씨의 'Bagsell'

루키3R 가방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오래 있어보기는 처음이에요.”

벚꽃비가 쏟아지는 4월 국민대 교정에서 만난 전재익씨(20·국민대 경영학과 1년)는 이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삐죽삐죽 뻗은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한 쪽 귀에 귀고리를 한 이 신세대 대학생은 1인 다역을 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인터넷 쇼핑몰 사장에, 한 가방회사 인터넷사업 팀장에, 학생. 여기다 겨울이면 스노보드 강사도 된다.

그는 지금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과 개인 사이트(www.Bagsell.com)에서 가방을 팔고 있다. 두 사이트의 매출을 합하면 800만원가량. 올 초부터 아르바이트로 다니기 시작한 한 가방회사로부터 받는 ‘현금 옵션’을 합하면 그의 월 매출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전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장이 됐다. 가게도 없고 창업비도 안 들어간 인터넷 소호몰이었지만 가방회사 마케팅 담당자를 설득해야 했던 만큼 영업력도 필요했다. 가방은 10대의 패션상품 가운데 반품률이 가장 적어 온라인 판매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전씨가 인터넷에서 장사하는 데 든 비용은 130만원정도. 100만원대 컴퓨터와 25만원선인 디지털 카메라, 월 3만원인 인터넷 전용선 등. 물론 그가 높은 매출을 올리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는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

4만원짜리 가방이라면 3만9900원에 값을 책정한다. 100원 차이지만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e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한 문의에 대해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대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물건을 가장 현실과 가깝게 찍고, 편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는 “인터넷 판매에서는 사진이 가장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할 줄 몰라서 낭패를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람은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알게 된다’는 게 그의 신념. 이제는 사진 편집을 통해 실제보다 더 생생한 사진도 올리게 됐고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고치는 것은 기본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나이 제한이 없고 초기에 투자할 자본도 필요 없고 실패하더라도 실패자란 멍에를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인터넷의 강점이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당찬 실속파 신세대 전씨의 생각이다.

▨ 박순주씨의 'koma-i'

쿠몬우주선 가방
다섯 살쯤 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난 박순주씨(31)는 영락없는 주부였다. 인터뷰 도중 아이가 투정을 부리지나 않는지 울지 않는지 내내 돌아봤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씨는 아이 키우는 틈틈이 하루 5시간을 투자해서 월 6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이기도 하다.

포털사이트 라이코스 소호몰에 입점해 있으며 자신의 사이트(www.koma-i.com)를 통해 유아용품을 팔고 있다.

헬로키티가 새겨진 목욕용품에서부터 열 내리는 파스, 신발, 가방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없는 게 없다.

“아이들을 실제로 키우니까 육아에 필요한 물건이 뭔지 속속들이 알 수 있어요. 품목이 정해지면 미국, 일본에서 운영 중인 사이트를 뒤집니다. 한국 제품보다 아무래도 디자인이나 색상이 좋아 아이나 엄마들이 선호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서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 물건이 배달되면 집의 베란다를 창고 삼아 물건을 쌓아두고 고객이 물건을 찾을 때마다 계약한 택배업체에서 배달해준다.

박씨가 처음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9월. 오프라인에서 가게를 운영했던 박씨는 아이가 크면서 엄마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게 되자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인터넷을 떠올렸다.

그는 인터넷 서핑은 자주 해봤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거의 ‘컴맹’ 수준이었다. 박씨는 “홈페이지 제작이나 운영 시스템은 모두 포털사이트에 맡기고 입점비로 월 10만원 가량 냈다”며 “그런데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홈페이지 전문 제작회사를 통해 개인 사이트를 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 역시 가장 어려우면서도 공을 들이는 작업은 물건을 디지털 사진기로 찍어서 편집해 올리는 것. 이미지 작업을 잘 하느냐에 따라 물건의 인기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상품 업데이트가 조금 늦어지자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칠 만큼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했다. 박씨는 이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유명 쇼핑센터에도 물건을 납품하게 됐다.

박씨는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내가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물건이 진짜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안다”며 “싸고도 질 좋은 상품을 얼마나 더 많이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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