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주거환경학과 이연숙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30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으로 ‘건강 주택’ 개념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주택은 소유와 편리성만 강조돼 왔다”며 “앞으로는 평생 건강관리와 치료활동이 가능하고 노화현상에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강 주택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모델로 제시한 건강 주택은 중년의 부부가 노부모, 취학 자녀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 가족을 위한 주택. 집안 구조를 손쉽게 바꿀 수 있어 거주자가 굳이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평생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높였다.
집은 크게 ‘부부+자녀’ ‘노부부’ 영역(Zone)으로 구분되고 영역 간에는 개폐식 문이 설치됐다. 문을 닫으면 집이 두 채로 나누어져 세대 간에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집에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이 생기면 문을 열어둬 응급 상황이 생기더라도 ‘즉시 접근’이 가능하다.
건강 주택에서는 고정된 벽을 최소로 사용하면서 문턱을 모두 없앴다. 환자의 연령과 장애 정도에 따라 동선(動線)을 쉽게 바꾸기 위한 것으로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창이나 문을 모두 남북 방향으로 열리도록 배치해 빛과 열, 공기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창이나 문가에는 정원을 꾸며 외부 소음을 막는 동시에 집안 습도가 자동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붙박이장 등 수납 공간을 기존 아파트에 비해 130∼200%까지 늘려 가구가 동선에 놓이는 것을 막았고 원격 진료를 위한 디지털 장비를 배치했다. 또 응급상황에서 노인 및 장애자를 현관까지 이동하기 쉽도록 천장에는 환자 이동용 호이스트(hoist)를 설치했다.
이 교수는 “60평형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지만 작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가변형 벽, 실내 조경,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대 등 건강 주택에 사용된 인테리어 요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