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임플란트, 뿌리째 심는 '제2의 영구치'

  • 입력 2002년 6월 2일 17시 26분


“임플란트를 한 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지난해 10월경 집에서 일을 하다가 넘어져 앞니 2개를 잃은 주부 서모씨(37·서울 강서구 방화동)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좀처럼 웃지 않았다. 사고 뒤 곧바로 잇몸에 임플란트를 심었지만 ‘텅빈 공간’이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달초 치과에서 임플란트 위에 인공 치아를 끼우고 나자 서씨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찼다. 주변 치아와 조화를 이루는 색깔과 모양 때문에 겉만 보아서는 인공 치아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 서씨는 “부분 틀니로 불편해하시는 시어머니에게도 ‘선물’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제2의 영구치 ‘임플란트’가 자연 치아를 잃은 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틀니처럼 끼웠다 뺐다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식사나 이야기 도중 빠질 염려도 없기 때문.

서울시치과의사회의 도움으로 임플란트 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임플란트수술〓임플란트(Implant)란 충치나 사고 등으로 잃은 영구치를 대신하는 ‘인공치근 이식술’을 뜻한다. 1952년 스웨덴의 한 의학연구소가 티타늄 재질의 금속이 뼈에 단단히 붙는 ‘골융합현상’을 발견하면서 치과 영역에 도입된 것.

수술은 크게 턱뼈에 인공 치근을 심는 과정과 인공 치아를 끼우는 과정으로 나뉜다. 우선 잇몸을 연 뒤 턱뼈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인공 치근을 심는다. 이후 티타늄 재질의 치근이 주변 턱뼈와 단단하게 달라붙기를 기다린다. 아랫니는 평균 3개월, 윗니는 5개월 정도 걸린다.

이때 턱뼈 자체가 부실하면 치근이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인공뼈를 붙이거나 자신의 뼈 일부를 떼어내 붙이는 골이식 과정도 필요하다.

인공 치아는 주변 치아의 색깔과 모양에 맞춰 미리 제작한 뒤 나사못을 이용해 치근에 끼운다. 인공 치아는 끼우는 날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연결 나사못은 3∼5년 간격으로 새 것으로 교체해 준다.

▽수술 대상과 주의점〓영구치를 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임플란트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단 당뇨병 심장병 신부전증 등 전신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전신 질환이 있으면 잇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인공 치근을 심었을 때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또 심한 잇몸 질환이 있는 사람도 수술을 받지 않는게 좋다.

수술 뒤 1년이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국내 임플란트 수술 성공률은 95% 정도로 높지만 실패의 90% 정도가 이 기간에 나타난다. 인공 치아에 지나친 압력이 가해지거나 수술 뒤 치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 특히 ‘세균 덩어리’인 치석은 감염 위험을 높여 임플란트에 가장 치명적이다.

임플란트 수술 뒤에는 음식물 섭취에도 주의해야 한다. 육포나 오징어 등 치아가 씹는 동작 외에 가는 동작까지 해야 하는 음식물은 임플란트에 무리를 준다. 또 껌이나 떡 등 치아에 잘 달라붙는 음식물도 피해야 한다.

또 임플란트 주변의 이 사이는 자연 치아의 간격보다 조금 넓어져 음식물이 잘 끼므로 치간 칫솔을 이용해 양치질하는 것이 좋다.

▽임플란트의 미래〓가장 이상적이고 편리한 인공 치아는 원하는 시기에 곧바로 이식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인공 치아를 끼울 때까지 최소 4∼7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현재는 앞니나 작은 어금니(소구치)가 뽑힌 자리의 지름이 인공 치근과 같은 경우에만 바로 이식할 수 있다. 그러나 차세대 임플란트의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모든 치아에 곧바로 이식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플란트는 한 번 시술에 250만∼350만원으로 기존 인공 치아에 비해 비싼 게 흠. 대부분 수입품을 사용하는 데다가 수술 과정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춘 국산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고 시술 의사가 늘면서 비용이 점차 내려가고 있는 추세.

또 전문가들은 “잇몸뼈가 부실한 사람은 골이식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자신의 뼈 조직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인공뼈가 새로 나오고 있어 노년층도 몇 년안에 무리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 잇몸병 왜 생기나

치아는 전체의 3분의1은 드러나 있고 나머지 3분의2는 턱뼈와 잇몸 속에 박혀 있다.

잇몸이나 턱뼈 등에 염증이 생긴 것을 잇몸병(치주염)이라고 하며 치아에 바람이 들었다고 해서 풍치라고도 한다.

잇몸병은 당뇨병 간질병 혈액질환 등 특정질환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식사 뒤 미세한 찌꺼기가 각종 세균들과 섞여서 얇은 막처럼 치아면을 덮고 있는 치면세균막(플라크)이 원인이다. 치면세균막의 세균이 젖산을 배설해서 치아를 녹이면 충치가 생기는 것이고 독소물질을 내뿜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면 잇몸병이 되는 것이다.

치면세균막은 침 속에서 칼슘 인 등 성분을 흡수해서 딱딱한 치석이 되기도 한다. 치석은 치아에 붙어 잇몸을 콕콕 찌르게 되고 이 때문에 잇몸이 붓고 피가 나게 된다.

흔히 잇몸에서 피가 나면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비타민C 부족으로 괴혈병이 생겼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은 잇몸병 탓이다.

잇몸병은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면 좋아진다. 일부 환자는 스케일링 뒤 이가 시리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다. 심한 경우 치과에서 지각 완화제를 바르면 증세가 누그러진다. 스케일링은 치석이 잘 끼는 사람은 3∼6개월 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1년에 한번씩 받는 것이 좋다.

치석을 방치하면 잇몸뼈가 내려 앉기 때문에 이를 뽑아야 하며 틀니나 임플란트 등 시술을 받아야 한다. (도움말〓단국대 치대 신승철 교수, 김지학 치과원장)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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