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의 이마에는 두 개의 거대한 기름 주머니가 들어 있다. 윗주머니는 향유고래의 특징인 향기 나는 기름으로 가득 차 있으며, 아래 주머니는 더 밀도가 높은 기름이 들어 있고, 딱딱한 콜라겐으로 여러 층이 나뉘어 있다.
캐리어 교수팀은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두 개의 기름 주머니가 충돌시 자동차의 에어백처럼 향유고래가 받는 충격을 줄여준다고 밝혔다. 향유고래에서 기름 주머니를 포함해 박치기를 하는 머리 부분은 전체 무게의 4분의 1을 차지했으며, 전체 길이의 3분의 1이나 됐다. 수컷 향유고래는 암컷보다 기름 주머니가 더 크며, 짝짓기를 할 때 수컷끼리 박치기로 승부를 겨룬다. 조사 결과 치열한 짝짓기 경쟁에서 이긴 수컷이 더 큰 기름 주머니를 갖고 있었다. 축구 선수는 헤딩을 잘 하면 골을 넣지만, 향유고래는 아내를 얻는 것이다.캐리어 교수는 “소설‘모비딕’에서 작살을 맞은 향유고래의 분노의 박치기는 선원들을 바다의 무덤으로 보낼 만큼 위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