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탈땐 왜 가슴이 철렁할까 ?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51분


《“바이킹을 타고 내려가면 왜 가슴이 철렁하죠?”

“바이킹이 멈췄다 내려가면서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기 때문이에요. 귀에 있는 세반고리관이 가속도를 느끼는데, 가속도가 붙으면 뇌에 신호를 보내 공포심을 느낀답니다.”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물리를 배우는 ‘놀이기구의 물리학’ 체험 행사가 22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렸다.》

130여명의 초·중학교 학생들은 이날 물리학과 교수 및 과학 교사들과 함께 킹바이킹, 스카이X, 블랙홀2000 등 갖가지 기구를 타면서 짜릿함과 함께 물리학이 주는 깊은 재미에 흠뻑 빠졌다. 이 행사는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고 동아사이언스가 후원했다.

학생들은 이날 처음 만난 친구들과 금새 어울려 같은 놀이기구를 타며 고함을 지르고 서로 껴안으며 즐거워했다. 놀이기구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다른 놀이기구로 달려가기 바빴다. 또 지도교사가 놀이기구 속에 담긴 물리 법칙을 들려주면 귀를 쫑긋 세웠다.

학생들의 함성이 가장 컸던 곳은 스카이X와 샷드롭이었다.

학생들은 50m 상공에서 갑자가 떨어졌다가 진자처럼 왕복하는 스카이X를 타며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녔다. 지상 52m 공중으로 로켓처럼 쏘아 올려졌다가 순식간에 지상으로 떨어지는 샷드롭은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더 많이 탔다.

번지점프와 비슷한 스카이X는 순간적으로 ‘무중량’ 상태를 느끼게 해준다. 사람은 지구 중심으로 향하는 중력을 받는다. 그러나 자유 낙하하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몸은 위로 올라가려는 힘을 받는다. 이 힘과 중력이 상쇄돼 몸무게가 줄어든 것처럼 느낀다. 밑으로 떨어지면서 속도가 갑자기 증가하면 귀에서 평형과 회전 감각을 느끼는 세반고리관과 전정기관이 충격을 받아, 심장이 떨리고 의식이 흐릿해지는 등 공포감을 느낀다.

초등학생들은 박치기차(범퍼카)를 신나게 몰았다. 멈춰 있는 차에 부딪혀도 자신의 차가 뒤로 밀린다. ‘작용과 반작용’ 때문이다. 부딪히는 각도가 달라지면 옆으로 튄다. 한 지도 교사가 “‘알까기’ 게임도 범퍼카의 원리와 같다”며 “물리를 잘하면 알까기도 잘한다”고 말하자 학생들이 함박 웃었다.

90년대 후반까지 놀이기구의 왕으로 군림했던 바이킹과 롤러코스터. 바이킹을 가장 무섭게 타려면 어디에 앉아야 할까. 맨 뒤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가속도의 변화를 오래 체험하고 시각적인 공포가 심하기 때문이다. 반면 블랙홀2000(롤러코스트)은 자리에 큰 상관이 없다. 롤러코스트는 거꾸로 원을 돌아도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떨어지지 않는다. 롤러코스트와 바이킹은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역학적 에너지 보존 법칙’의 산증인이다.

대형 축구공이 박혀 있는 ‘월드컵’에도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대형 원판이 돌고 학생들이 탄 동그란 컵이 그 안에서 또 빙글빙글 돌았다.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가 자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구는 자전 속도가 거의 일정해 괜찮지만, 월드컵은 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회전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어지럽다.

행사 진행을 맡은 김준태 공주대 교수(물리학과)는 “놀이기구가 짜릿하면서도 안전한 것은 ‘중력과 가속도, 관성’ 등 물리학의 핵심 법칙 덕분”이라며 “학생들이 사과와 중력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과학자 뉴튼이 놀이기구 곳곳에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를 협찬한 서울랜드는 8월말까지 초·중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놀이기구를 타며 과학을 배우는 ‘체험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장석환 군(경기 안양 동안초 6)은 “놀이기구를 타며 과학을 배우니까 책만 읽는 것보다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다”며 “평소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대학 교수님들께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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