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대 화학과 이상복 박사(35·사진)는 최근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나노튜브를 이용해 의약품 제조과정의 큰 골칫거리인 이성질체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케미컬 엔지니어링 뉴스’ 등의 권위지도 “획기적 연구성과”로 평가했다.
이성질체는 화학식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마치 거울에서 보는 것처럼 방향이 다른 화학물질로, 한가지 광학이성질체는 약이 되지만 거울 대칭의 다른 광학 이성질체는 독이 될 수도 있어 이를 분리하는 기술이 제약산업에 필수적이다.
이 박사는 핀란드 연구진과 함께 특정 이성질체만 인식하는 항체를 개발하고 이를 매우 미세한 관인 실리카 나노튜브 안쪽에 붙인 뒤 폭 35㎚(1㎚는 10억분의 1m)의 박막 구멍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혼합물 속의 특정 약 분자는 자신을 인식하는 나노튜브 내부의 항체와 결합해 마치 사람이 줄을 서서 물통을 나르는 것처럼 나노튜브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으며, 거울에 비친 모양의 다른 이성질체보다 이동속도가 5배나 빨랐다.
이 박사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LG세미콘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해왔으며 최근 조교수로 승진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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