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70년대까지만 해도 흔한 게 꽃게 여서 어민은 그물에서 떼어내기 성가셔 잘 잡지도 않았다. 꽃게 어획량은 88년 3만1968t을 기록했다가 90년대 들어 급감해 지난해에는 1만3016t밖에 잡지 못했다.
특히 올해 꽃게잡이는 사상 최악이다. 어획량이 지난해의 3분의 1에 불과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평도 등 서해 5도 해역에서 잡히는 것을 제외하고 연근해산 활꽃게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어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북방한계선에 바짝 붙어 생존을 위한 ‘위험한 꽃게잡이’에 나서고 올해에는 교전 사태로까지 번졌다.
꽃게가 고갈된 이유로는 남획과 해양오염, 수온 변화도 꼽을 수 있지만 결정타를 날린 것은 서해안의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새만금 방조제로 전북은 갯벌의 90%가 사라졌다.
갯벌은 어류의 산란장이다. 갯벌에 가면 모래와 진흙에 박힌 무수한 알을 볼 수 있다. 갯벌에는 육지에서 영양분이 공급돼 먹이인 플랑크톤이 풍부하게 자란다. 또 꽃게의 유생이나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로부터 숨을 은신처가 많다. 이런 갯벌을 간척으로 없애는 것은 바다에서 자궁을 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꽃게에게 간척은 더욱 치명적이다. 꽃게는 겨울에 깊은 외해와 동지나해로 이동했다가 봄철이면 넓적한 마지막 발을 필사적으로 휘저으며 황해의 연안이나 만으로 헤엄쳐와 6∼7월에 갯벌이나 연안의 모래바닥에 200만 마리씩 알을 낳는다.
어류는 간척으로 산란장이 파괴됐어도 양식할 수 있지만 꽃게는 서로 잡아먹는 고약한 습성이 있어 양식도 어렵다. ‘동종 섭식’ 때문에 꽃게 10마리를 기르면 2마리도 건지기 힘들다.
‘꽃게의 수난’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종묘 방류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부안시험장은 90년대 초반부터 암꽃게의 알을 수조에서 길러 1㎝ 남짓한 새끼 꽃게로까지 키운 다음 매년 50만 마리씩 풀어주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갯벌을 대신하려면 서남해 전역에서 수천만 마리를 방류해야 한다.
간척으로 가장 수난을 당한 것은 꽃게와 어류이지만, 생계가 어려워진 어민 그리고 꽃게맛에 거액을 지불해야하는 소비자 역시 피해자이다.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화지구와 새만금의 산란장을 없앤 수자원공사와 농업기반공사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서라도 꽃게 종묘 방류에 나서야 한다.
또 꽃게의 산란기(6∼7월)에 버젓이 꽃게를 잡을 수 있게 설정해 놓은 꽃게잡이 금지기간을 더 앞당기고, 법에 따라 포획을 허용하는 꽃게의 크기(상하)도 현행 5㎝에서 7㎝ 이상으로 늘려야 알 한번 낳지 못한 어린 꽃게가 밥상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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