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성장호르몬 성인병 치료 '액셀러레이터'

  • 입력 2002년 7월 7일 17시 26분


키가 작은 왜소증 어린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용되던 성장호르몬이 요즘은 각종 성인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84차 내분비학회 연례 회의에서는 성장호르몬의 갖가지 새로운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성장호르몬은 잠자는 동안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뼈 끝부분에 있는 성장판을 자극해 어린이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한편, 체내 혈당을 올리고 단백질을 합성하며 지방을 분해하는 등 대사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노화 현상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성장호르몬 결핍증. 뇌하수체나 뇌종양 등을 치료한 뒤에 생기는 결핍증 이외에도 20대 이후부터 성장호르몬은 10년마다 평균 14.4%씩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60세 이후 정상치의 50% 이하로 분비되면 노화로 직결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장호르몬과 성인병〓독일 에센대 부르크하르트 헤어만 박사팀은 대사증후군 환자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혈당 대사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체지방을 줄이고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추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대사증후군이란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최근 환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연구 내용 중 주목할 부분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2형 당뇨병을 치료할 때 당뇨병치료제와 성장호르몬을 함께 쓰더라도 특별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 그동안 성장호르몬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당뇨 환자에게 쓰는 것을 꺼려왔다.

또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근섬유와 인대, 힘줄 등이 뻣뻣이 굳고 통증이 생기는 질환인 담 환자 20명에게 1년 동안 매일 성장호르몬을 주사한 결과 6개월 뒤부터는 증세가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성장호르몬과 왜소증〓영국의 윌리엄 M 드레이크 박사팀은 “왜소증 어린이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 어른 키까지 자랐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계속 받는 것이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왜소증 치료에서 환자가 어른 키에 도달하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구팀은 왜소증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15∼18세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를 계속 받은 환자 그룹은 뼈를 만드는 세포에서 나오는 효소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치료를 중단한 환자 그룹은 6개월 뒤부터 뼈형성 효소가 눈에 띄게 감소해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이크 박사는 “젊었을 때 골밀도가 낮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뼈엉성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만큼 왜소증 환자는 키가 자란 이후에도 골밀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과 성장호르몬〓평소 운동을 하는 사람은 몸속에서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운동 시간과 성장호르몬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대 주디 Y 웰트먼 박사팀은 “30분 동안 쉼없이 운동하는 것이나 띄엄띄엄해서 30분을 채우는 것이나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양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몸이 쇠약하거나 비만이어서 오랜 시간 운동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시간을 조금씩 나눠 운동하면 의도했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스포츠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됐다. 성장호르몬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금지약물 목록에 올라 있으나 근육 강화 효과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 오남용이 심각한 약물 중 하나. 지금까지는 효과적인 검사 방법이 없었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슈트라스부르거 박사팀은 특수 항체를 이용해 외부에서 주사한 성장호르몬과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성장호르몬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도움말〓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샌프란시스코〓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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