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먹는 약부터 난관수술까지 '피임법 ABC'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16분



《“당신 때문이야.”“설마 했는데….”

요즘 인터넷에는 임신과 관련한 상담 사이트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여성 포털 사이트에서도 임신과 피임에 관한 상담이 상담 건수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피임법에 대해서 잘모른다는 반증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나 여성 문제 상담가들은 수많은 여성이 피임법의 ABC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여성이 수유 기간에 자연적으로 피임이 되는 것으로 믿지만 이때에도 임신이 되며 이 때문에 연년생 아이를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0년 전국 15∼44세 기혼여성 중 임신경험이 있는 1만3429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24.1%가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상당수는 ‘아들 선호’와 관련있지만 피임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다양한 피임법의 장단점과 적용 대상 등을 알아본다.》

▽먹는 피임약〓생리가 시작된 뒤 5일째부터 하루 한 알씩 21일 동안 먹고 1주 쉬었다가 다시 복용한다.

가임 여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2%만이 이용하지만 서양에서는 30% 이상이 복용한다. 특히 아기를 낳지 않은 35세 미만의 여성에게 권할 만한 방법이다.

1970년대까지 나온 피임약은 호르몬의 함유량이 많아서 기미, 체중 증가, 구역질 등의 부작용이 컸지만 요즘 시판되는 약은 부작용이 경미하다. 부작용 중에는 메스꺼움이 대표적인데 취침 시간 전에 복용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일부에서는 몸이 붓고 유방이 팽팽해지며 우울감이 생기는 등 임신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데 상당수는 약을 복용한 지 2, 3개월이 지나면서 증세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도랑 치고 게잡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생리가 28일로 규칙적으로 되며 생리통 생리과다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또 피임약을 복용하면 양성유방종양, 난소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한국쉐링의 다이안느35는 여드름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간질환 정맥혈전증 등의 환자는 의사와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하며 출산 뒤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에는 출산 6주 뒤부터 사용해야 안전하다.

▽자궁내 장치〓자궁 안에다 구리가 감긴 작은 장치를 삽입해서 수정란이 착상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구리는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키며 멸균 작용도 한다.

아기를 출산한 여성에게 권장되며 특히 3∼5년 정도 아이의 터울을 두려는 여성에게 최적의 피임법이다.

생리가 끝난 직후 산부인과에서 장치를 넣으면 되는데 15% 정도는 생리량이 너무 많아 장치를 빼기도 한다.

요즘에는 호르몬을 함유한 자궁장치를 많이 넣는데 이 장치는 생리량을 줄이고 생리통도 사그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피부밑 주입법〓한국오가논이 올 봄 국내에 선보인 ‘임플라논’을 피부 밑에 삽입하면 이식한 날부터 3년 동안 프로제스테론 호르몬이 방출돼 피임이 이뤄진다. 무월경, 생리 감소, 두통,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시술 3년 뒤에 캡슐을 제거해야 한다.

▽응급 피임법〓성관계 뒤 3일 내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세링-PC-4, 노레보 등의 약을 12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 복용하면 원치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다. 성관계 뒤 5일 안에 병원에서 자궁내 장치를 삽입해도 똑같은 효과를 거둔다.

이보다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은 많지만 먹는 피임약을 고용량으로 복용해도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성관계 뒤 3일 내에 오이기논 오브랄 쎄스콘 등을 2알씩, 미니보라 마이크로기논 레보라 트리보라 마이보라 머시론 등을 4알씩 12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다.

성관계 뒤 약을 먹을 경우 구역질, 어지럼증, 두통, 아랫배 통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임신 때 황달 경험이 있거나 간질환, 정맥류, 정맥염, 혈액응고장애, 알레르기 질환 등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에 약을 먹어야 한다.

▽난관 수술〓나팔관을 묶는 것으로 한번 수술받으면 60%만이 복원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받는다. 난관 수술은 전기응고법, 링삽입법, 미니랩 등 종류가 많다.

현재 난관 수술이 정관 수술보다 갑절 이상 많이 시술되고 있지만 수술의 시간, 절개 정도, 난이도 등을 고려하면 정관수술보다 복잡하고 위험하다.

요즘에는 정관수술 중 특수기구로 음낭을 2㎜만 절개하고 정관을 밖으로 꺼내어 묶는 시술법이 개발돼 10분 시술 뒤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하고 다음날 목욕이 가능하며 실밥을 풀 필요도 없다.

의사들은 정관수술을 받으면 정력이 감퇴한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말하는데 드물지만 남성의 신경이 예민하고 정력에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심인성(心因性·정신탓) 발기부전이나 성기능 저하가 올 수도 있다. 또 정관수술의 경우 5∼10%에서 자연적으로 정관이 이어지기 때문에 피임에 실패할 수도 있다.

▽콘돔과 살정제〓콘돔은 특히 성병 예방을 위해서도 권장되지만 아무래도 성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찢어진 콘돔’ 때문에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콘돔은 끝부분의 튀어난 부위를 납작하게 해서 공기를 뺀 뒤 사용해야 찢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여성용 콘돔인 페미돔은 여성의 질 내부를 감싸줘 정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인데 질을 따뜻하게 감싸줘 성감은 별로 떨어지지 않지만 콘돔보다 훨씬 큰 것을 넣는 것을 시각적으로 불쾌해 하는 여성이 있다.

살정제는 성행위 10분∼1시간 전에 질 깊숙이 삽입하면 좌약이 질 안에서 정자를 죽이는 것. 콘돔이나 살정제를 사용할 경우 피임 실패율이 10∼20% 정도인데 대부분 사용법의 실수 때문이며 사용법만 잘 따르면 임신 확률은 뚝 떨어진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Q&A : 먹는 피임약

Q> 피임약을 먹으면 불임이 되지는 않나요?

A> 그렇지 않다. 먹는 피임약이 불임이나 기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성의 경우 30세가 지나면서 피임약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 성공률이 떨어지므로 직장 생활 등을 이유로 임신을 늦췄다가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기를 가지려면 가급적 빨리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Q>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하루를 건너뛰었는데….

A> 먹는 피임약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한다. 복용시간에서 1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약을 곧바로 복용하고 다음날부터는 원래의 복용시간에 약을 먹으면 된다. 하루 복용하지 않았다면 다음날 두 알을 복용하면 되지만 이틀 이상이 지났다면 그때부터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되 생리가 시작될 때까지 다른 피임법을 병용하는 것이 좋다.

Q>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고 구토를 했는데 약효가 남아있나요?

A> 일반적으로 약을 먹고 2시간 이내에 구토했다면 다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2시간 뒤에 구토를 했다면 약 성분이 남아있으므로 다시 복용할 필요가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