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위생연구소의 디 히글리 박사팀은 최근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데에는 타고난 유전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나 어린 시절의 사회생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15년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해 얻은 이같은 결과를 최근 과학잡지 ‘디스커버’에 발표했다.
알코올 중독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98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마크 셩키트 박사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는 대학생 정도 나이에서 40%가 유전적으로 알코올에 대해 덜 민감하며 35세가 되면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또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의 분비가 적을수록 알콜중독의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모두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지는 않는다. 유전적인 요인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히글리 박사는 갓난 원숭이 중 일부를 어미 원숭이로부터 떼어놓고 또래의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지내도록 했다. 그외의 원숭이들은 어미와 7개월 동안 함께 지내게 한 뒤 또래 원숭이와 어울리게 했다.
연구팀은 붉은털 원숭이가 ‘어른’이 되는 4세 이후에 모든 원숭이에게 알코올을 매일 공급했더니 어미와 떨어져 지낸 원숭이들은 어미가 기른 원숭이보다 2배 정도 많은 양의 알코올을 소비했으며 인간과 유사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부족한 원숭이들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술을 많이 마셨다.
히글리 박사는 “적절한 양육이 세로토닌 분비가 적은 원숭이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며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출생 초기에 엄마와 떨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