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주택에 사는 소녀가 대도시 소녀보다 더 공부를 잘할까.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테일러 박사팀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7∼12세의 소녀 169명을 조사한 결과 창 밖으로 푸른 자연이 잘 보이는 곳에 사는 소녀들이 집중력, 자제력 등이 높았다”고 말했다. 풍부한 자연 환경이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TV게임을 오래 하면 대뇌 활동이 위축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좋은 활동과 나쁜 활동을 알아보자.
▽뇌 발달에 나쁜 자극〓일본 니혼대 모리 아키오 교수는 최근 6∼29세의 남녀 240명을 대상으로 게임 중 뇌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사람의 감정이나 창조성을 주관하는 대뇌의 전두엽 부위의 활동이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 부분이 발달하지 않으면 감정 통제가 잘 되지 않는다.
모리 교수의 연구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컴퓨터·TV 게임이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나쁘다는 것은 정설이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는 “컴퓨터 게임은 워낙 자극이 강해 다른 밋밋한 자극을 억눌러 뇌의 사고력을 떨어뜨린다”며 “게임을 오래 한 어린이는 어휘력이 평균보다 70∼80%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게임을 오래 한 어린이들이 읽기에 장애가 있고 상상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블록쌓기’ 등 최근 인기 높은 ‘놀이 학습 도구’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놀이도구는 대부분 혼자 하는 것이어서 아이들이 지나치게 놀이에만 빠지면 만 4∼6세 무렵에 갖춰야 할 언어력과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
조기 외국어 교육 등 ‘스트레스성 학습’도 뇌 발달에 치명적이다. 아이들이 학습을 스트레스로 느끼면 코티졸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뇌를 공격한다. 지나친 조기 외국어 교육을 받은 어린이 중 일부는 스트레스 때문에 뇌 중앙에 있는 해마 부위가 찌그러들어 기억력과 학습 동기가 크게 떨어졌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면 뇌에서 즐거움과 관계된 도파민 신경계나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정신 활동을 좌우하는 대뇌 피질의 두께가 얇아질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 게임, 술, 본드 등 중독성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뇌 발달에 좋은 자극〓‘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균형이 잡혀 있는 활동’이라면 대부분 뇌에 좋다. ‘단조롭지 않고 풍부한 자극’이라면 더 좋다. 메리언 다이아몬드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다양한 자극을 받은 쥐들은 대뇌 피질이 두꺼워지고 신경세포의 연결이 활발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음악은 대뇌 발달에 좋은 자극이다. 음악을 듣거나 연주를 많이 하면 공간지각력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을 무작정 믿고 아이에게 모차르트 음악만 들려주면 스트레스가 된다. 동요든 가요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스스로 찾아 듣도록 하는 것이 뇌에 가장 좋다.
육체 활동을 많이 하고 푹 자는 것도 대뇌 발달에 좋다. 즐거운 육체 활동을 하면 도파민 신경계가 잘 발달한다. 또 청소년은 7시간 이상 자야 뇌가 충분히 쉴 수 있으며, 낮에 학습한 내용이 머리에 잘 기억된다.
고른 영양 섭취, 특히 아침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고, 탄수화물만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뇌는 에너지가 부족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 지방도 많이 필요하다. 피하지방을 제외하면 우리 몸에서 가장 지방이 많은 곳이 뇌다. 지방은 신경을 싸고, 뇌세포의 막을 구성한다. 어렸을 때 편식을 하지 않아야 뇌가 잘 발달한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