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개발 현황〓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연구팀이 국내 병원에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밝힌 초슈퍼 박테리아는 그람(Gram) 음성균에 속하는 내성균이다.
녹농균과 에시네토균은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해가 없다. 하지만 화상환자, 면역력이 약한 환자, 노인 등이 감염될 경우 폐렴이나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 특히 중환자실이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잘 생긴다.
세균은 크게 그람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눠지며 이 두 가지를 박멸하는 항생제는 그 종류가 다르다. 그람 양성균의 경우에는 내성균의 등장과 이를 박멸하는 항생제의 개발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왔다. 기존의 항생제 매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MRSA)이 1960년대에 등장하자 반코마이신이 개발됐다. 1990년대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등장하자 이미페넴, 메로페넴 등의 신약이 등장해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그람 음성균의 경우 80년대 말 강력한 항생제 카르바페넴이 개발된 뒤 이 균에 의한 피해가 줄자 감시가 소홀해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녹농균에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카르바페넴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 94∼96년에는 5% 정도였지만 97∼99년 15%를 넘었고 2000년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아시아에선 처음 보고된 특정효소 VIM2는 카르바페넴이 환자에게 투여됐을 때 이 항생제 성분 중 세균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하는 베타락탐 링을 분해시켜 무력화한다. VIM2는 다른 세균에 침투하기 쉬운 유전자인 인테그론 속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균으로 확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에시노박터 제노모스페시스3, 세라치아 말르세슨스, 엔테로박터 크로아키 등 3개 균종에서 이들 효소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성과 대책〓의료계에서는 80년대 말 기존의 녹농균과 에시네토균에 대한 항생제인 카르바페넴이 개발된 이후 다른 항생제는 개발되지 않았으며 이 항생제에 대한 오남용의 결과 초슈퍼 박테리아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균에 대한 항생제 개발이 당분간 요원한 상태여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90년대 이후 그람 음성균에 대한 새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이경원 교수는 “환자가 이 균에 감염되면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즉시 환자를 격리해서 치료 하는 수 밖에 없다”며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균은 병원의 중환자실이나 주사기 등 치료기기를 통해 감염되므로 감염을 막기 위해 중환자 시설이 갖춰진 병원에 감시대책위를 설치하도록 하겠다”며 “우선 8월 말경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용어해설▼
△그람음성균〓세포를 둘러싼 세포벽은 없고 세포막만 있는 균으로 염색시약을 쓰면 붉은색으로 염색되는 균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장균이나 녹농균.
△그람양성균〓세포막과 세포벽이 다 있고 염색시약에 푸른색으로 염색되는 균을 총칭한다. 대표적인 균이 황색포도상구균.
△효소〓생물체 내에서 각종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