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취업준비생 박모씨(25)는 최근 강남 B성형외과에서 액취증수술을, Y성형외과에서 코의 땀샘을 마비시키는 보톡스주사를 맞았다.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가 혹시 면접때 심사위원의 비위를 거스를까봐, 코에서 줄줄 흐르는 땀이 혹시 지저분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해마다 여름이면 가을의 취업시즌을 앞두고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웬만한 성형수술은 상처가 아물고 자연스러워지는데 두세달이 걸리기 때문에 이들에겐 지금이 적기인 셈. 게다가 자신들의 성형은 ‘미용 성형’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생계형 성형’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냥 웃어 넘기기엔 너무 ‘진지한’ 얘기다.
▽여름철 성형열기〓사실 성형수술의 적기는 선선한 봄 가을이다. 그러나 성형외과의 성수기는 겨울과 여름. 예전엔 여름에 성형수술 하기를 꺼렸다. 더운 날씨에 씻지도 못하고 땀을 흘리다 보면 염증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 그러나 요즘은 좋은 항생제가 많이 나와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두 달 정도 탄력스타킹이나 거들을 착용해야 하는 지방흡입이나 2주 동안 머리를 감을 수 없는 모발이식술은 여름에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 눈이나 코를 성형한 뒤 최소한 실밥을 뽑을 때까지는 땀을 흘리거나 햇빛에 돌아다니지 말고 실내에 있는 것이 좋다.
서울 압구정동 올리브 성형외과 반준섭 원장은 “면접을 대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남성은 코를 세우거나 이마를 넓히는 수술이 많고 여성은 눈, 코, 안면윤곽 등의 순으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남성은 코를 자신감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마가 좁으면 답답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 사이에선 “같은 실력이면 예뻐야 붙는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라 성형열기는 더욱 뜨겁다.성형사실을 당당히 밝히는 연예인이 더욱 인기를 얻고 일반인도
성형수술로 자신감을 회복해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 굳이 말리지 않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서울 성형외과 압구정클리닉 이민구 원장은 “지나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다면 그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성형수술을 하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피부관리도 인기〓깨끗한 피부는 좋은 인상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 때문에 피부과도 문전성시다. 여드름이 심해 울긋불긋 염증이 생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피부는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는다. 단기간에 욕심을 부려 이것저것 약을 쓰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종로 S&U피부과 정승용 원장은 “무리한 치료는 피부에 부담을 주니 여드름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좋아지면 박피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스킨스케일링, 크리스털 필링 등의 얕은 박피는 여드름 피부에 효과가 있고 피부색을 맑게 해주지만 1회에 15만∼20만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다 3∼4회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박피를 한 번 시작하면 평생 계속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꼭 계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 여름에 박피를 한 경우엔 자외선 차단에 더 신경쓰고 보습크림을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
박피의 기본은 각질 제거. 집에서 각질제거를 하려면 시중에서 파는 스크럽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데 지성피부인 경우에는 효과가 좋지만 건성피부에 쓰면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