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ABC]관절염 치료와 수술후 관리법

  • 입력 2002년 7월 21일 17시 23분


“왜 그냥 참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가뿐한 걸.”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는 김모씨(65·여)는 20여년간 앓아온 관절염의 지긋지긋한 통증으로부터 해방돼 ‘새 삶’을 찾았다. 2년 전 고심끝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것.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인 양쪽 엉덩관절과 무릎관절 4개를 모두 인공관절로 바꾸는 이례적인 대수술이었다. 과거에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했던 김씨는 이제는 운동을 즐기며 제2의 인생을 맘껏 누리고 있다.

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인공관절 수술은 20세기 정형외과 분야에서 성취된 가장 뛰어난 발전으로 꼽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만4000명이 엉덩관절 수술을, 1만5000명이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다. 예전에는 인공관절이 쉽게 닳고 부작용이 우려돼 김씨처럼 60세 이상의 노인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신소재 개발과 수술 방법의 발전으로 40대, 50대에서도 수술에 무리가 없다. 심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봄직하다.

▽수술 대상〓넙다리뼈 머리부분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 그 부위가 썩는 ‘넙다리뼈 머리 무혈성 괴사증’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퇴행성 혹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너무 심해도 인공 엉덩관절을 넣는 수술을 한다. 또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엉덩관절 주위가 골절됐다면 뼈를 맞추고 고정하는 수술보다 인공관절 수술이 더 효과적이다.

무릎관절도 퇴행성이나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 모양이 변하고 통증이 심하다면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외상으로 인해 무릎관절이 퇴행성 변화를 보이거나 결핵 등 염증성 질환의 후유증으로 관절운동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도 해당된다.

수술 연령에는 제한이 없지만 육체활동이 많은 노동자나 농부, 운동선수는 재수술의 가능성이 크므로 수술 결정에 주의해야 한다.

거친 엉덩관절을 자르고 인공관절로 대체한다.

▽수술의 과정과 방법〓수술이 결정되면 날짜를 정하고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다. 보통 수술 1, 2일 전에 입원하게 되며 경과가 좋으면 수술 뒤 1주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 총 열흘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수술 방법은 썩거나 파괴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재질의 관절을 뼈 속에 삽입하는 것. 수술 시간은 1시간∼1시간 반 정도이며 비용은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엉덩관절과 무릎관절 모두 한 쪽에 200만∼400만원이 든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수술 뒤 2, 3일이면 목발이나 보행기를 짚고 일어설 수 있으며 엉덩관절은 두 달 뒤, 무릎관절은 그보다 조금 빠른 한달 정도 지나면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다.

▽인공관절의 재질과 수명〓엉덩관절 부위의 넙다리 부분은 코발트 합금이나 티타늄 등의 금속으로 만들어지고 관절 부분은 세라믹이나 강화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과거보다 훨씬 덜 닳게 됐다. 무릎관절도 관절면 부위를 폴리에틸렌으로 처리한다.

최근의 신소재는 관리만 잘하면 20∼30년씩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의견. 노년 환자는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젊거나 활동이 많은 사람은 재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도 생긴다.

▽효과와 부작용〓최대 장점은 통증이 없어진다는 것.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는 관절염의 통증이 깜쪽같이 사라진다. 수술 전에 다리가 휘었던 사람은 바르게 교정되는 효과까지 있다. 또 수술 성공률은 최근 95% 이상까지 높아졌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술중 자칫하면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될 수도 있다.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나 비만 치주염 방광염 등의 환자에게서 수술 뒤 감염이 생기는 사례가 1% 정도 있다. 관절부위가 헐거워지는 현상도 환자의 1% 내외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관절이 마모되면서 나오는 미세한 입자가 주위의 뼈를 상하게 하기도 한다.

금속이 인체내에서 독성물질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뚜렷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인공관절을 사람의 감각에 의해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이용해 정확하게 수술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어 앞으로는 수술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지고 실패율과 합병증은 낮아질 전망이다.

▼수술후 매년 한차례 정기점검 필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면 ‘평생관리’를 할 각오가 필요하다. 환자 중에는 아픔이 사라졌다고 해서 병원에 다니기를 그만뒀다가 몇 년이 지나 통증이 재발돼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처음 1년간은 3개월에 1번, 그 이후로는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병원을 찾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입원기간부터 퇴원 뒤까지 관절과 근육운동에 대한 지침서를 나눠준다. 조기재활운동은 수술 뒤의 합병증과 관절이 굳는 것을 막아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환자의 회복을 촉진시켜 주므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CPM(continuous passive movement)이라고 불리는 기계를 이용하면 저절로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입원시에는 병원에서 이용하고 퇴원 뒤에는 대여업체에서 빌려서 쓸 수 있다.

합병증으로 감염이 올 수 있으므로 감기 등 다른 일로 병원을 찾을 때도 수술 사실을 반드시 알려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술 담배를 금하는 것은 물론 수술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엉덩관절 수술을 받았다면 3개월 동안은 의자나 변기의 높이가 무릎보다 높아야 하며 다리를 꼬거나 바닥에 있는 물건을 집지 말아야 한다. 누울 때는 다리 사이에 베게를 끼우는 게 좋다.

무릎관절 수술 뒤에는 쪼그리고 앉으면 안 된다. 보통 인공관절이 움직이는 각도는 110∼120도 정도인데 쪼그려 앉으려면 관절이 140도 이상 구부러져야 하므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동양인의 좌식 생활환경에 맞는 인공관절이 개발되고 있다.

운동을 하려면 담당의사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 보통 다른 사람과 심한 신체 접촉이 있는 농구 축구 등은 금하며 빨리 뛰거나 점프를 하는 것도 안 된다. 그러나 골프 수영 자전거타기 등산 등은 괜찮다. 유명 골프선수인 잭 니클로스도 엉덩관절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는데 그 뒤 시니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했으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프선수로 선정됐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정형외과 서재곤 박윤수 교수)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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