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줄기세포 이식후 장기이식한 박복식씨

  •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38분


“살았어요” 세계 최초로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골수이식과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박복식씨(오른쪽)가 최근 병원을 찾아 주치의 김동욱 교수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살았어요” 세계 최초로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골수이식과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박복식씨(오른쪽)가 최근 병원을 찾아 주치의 김동욱 교수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kjh@donga.com
세계 최초로 혈액 줄기세포와 간을 차례로 이식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술을 받은 환자가 3개월이 지난 후에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환자의 첫 수술 사실은 올해 5월2일자 동아일보 A1면을 통해 보도됐으며 당시 많은 의사들은 이 수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며 환자가 3개월을 지나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김춘추(金春秋) 김동욱(金東煜) 교수와 강남성모병원 외과 김동구(金東球) 교수는 “백혈병과 간경변증이 함께 있던 박복식(朴福植·55)씨에게 골수와 간 이식 수술을 잇따라 시행한 지 3개월이 지나고 면역억제제를 끊은 지 한 달 뒤인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1월 초 동생(52)의 골수 속 혈액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4월 초에 간을 각각 이식받았고 간 이식 2주 뒤 면역억제제인 MMF를 끊었으며, 6월에는 골수이식 뒤 투여받는 면역억제제도 끊어 현재 어떠한 면역억제제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

이 수술법은 혈액 및 면역세포로 분화되는 줄기세포인 골수 속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면역체계를 공여자의 것과 똑같이 바꾼 다음 장기를 이식해 이식된 장기가 환자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지금까지 장기를 이식받으면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이식받은 장기를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공격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했다.

이 시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장기이식 전문의들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며 간이 재생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므로 수술 뒤 2, 3개월은 지나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교수는 “현재 박씨의 간기능은 완전히 정상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기이식 뒤 거부반응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장기이식에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박씨의 경우가 최초의 일이라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애를 먹었다”며 “그러나 이제 골수와 장기에 동시에 문제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백혈병 치료의 권위자인 전남대 의대 국훈(鞠薰) 교수는 “세계 최초의 시도여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면서 “환자가 간 이식 3개월이 지난 현재 아무런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고 있다면 새로운 치료법이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 삶을 살게 된 박씨는 “숨을 쉬고 걸어다니는 모든 일이 꿈만 같다”며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같은 증세를 가진 환자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씨는 “국내에서 백혈병이나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많은 기증자가 나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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