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4개국 과학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업 경영인 등의 컨소시엄인 WTN(World Technology Network)은 최근 재미 유학생인 이승욱씨(32·사진)가 포함된 미국 텍사스주립대 화학과 안젤라 벨처 교수팀에 재료공학 분야 월드테크놀로지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상은 특히 이씨가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5월4일호에 발표한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바이러스 반도체 개발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씨는 바이러스 몸통을 반도체 기판으로 이용한 ‘바이러스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씨는 유전자를 조작한 통나무 모양의 바이러스들을 꾸러미 모양으로 배열한 뒤 바이러스 끝에 반도체의 기능이 있는 황화아연 입자를 붙여 ‘생체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황화아연 입자는 머리카락 5만분의 1굵기인 2∼3㎚로 아주 작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기존 반도체의 1000분의 1 크기의 나노칩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은 학계에서 생명체와 나노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퓨전기술로 높이 평가받았다.
이씨는 “바이러스의 배열을 바꾸면 반도체 위에 회로를 그리는 것처럼 원하는 모양의 회로를 가진 나노칩을 만들 수 있다”며 “기존 실리콘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씨는 고려대 화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WTN은 생명공학,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에너지 등 20개 부문별로 매년 세계 WTN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신기술 후보를 뽑은 뒤 미래의 시장 주도 가능성과 사회기여도 등을 고려해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나 기업에 상을 주고 있다.
올해는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소프트웨어 분야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