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경상대 김진희 교수팀에서 첫 복제돼지 두 마리가 탄생했지만, 이들도 2주만에 죽고 말았다. ‘복제박명(複製薄命)’이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복제동물, 유전자변형동물 등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던 ‘바이오 동물’들이 기대와 달리 아직은 황금알을 낳지 못하고 있다. 이들 바이오 동물은 우수한 형질의 가축을 낳거나 인체에 유용한 의약품 등을 대량생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왔다.
인간의 모유 성분인 락토페린 유전자를 갖고 있어 96년 ‘모유를 짜내는 젖소’로 화제를 모은 젖소 ‘보람’이는 현재 2세까지 출산했다. 하지만 문제는 락토페린의 농도다. 보람을 만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경광 박사는 “현재 이 젖소가 생산하는 락토페린 농도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절반 정도”라며 “생산량을 높이려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면역 강화제인 백혈구 증식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 변형 흑염소 ‘메디’도 마찬가지다. 98년 메디를 선보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욱준 교수는 “이미 메디는 죽었고 메디의 후손에서 젖을 얻고 있지만 젖에서 나오는 백혈구 증식 단백질은 필요한 농도보다 훨씬 부족하다”고 밝혔다.
1999년 오줌에서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조혈제를 만든다고 발표된 축산기술연구소의 유전자변형 돼지도 9개월만에 죽었고, 젖에서 조혈제를 만드는 돼지 역시 아직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복제동물이 자주 유산되거나 태어난 직후 일찍 죽는 것은 어른 세포를 다시 태아 세포로 만들다 보니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등 ‘무리’를 하게 되고 결국 어디선가 세포 사이클에 ‘부조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원 한용만 박사는 지난해 “복제동물의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DNA에 메틸기가 많이 달라붙고 태반세포가 잘 자라지 않아 유산이 많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유전자 변형 동물도 마찬가지다. 생명의 초기 단계부터 외부에서 다른 동물의 DNA를 주입하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복제동물처럼 임신이 잘 안 된다. 외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동물의 몸 안에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값비싼 단백질을 많이 만들라고 유전자 앞에 강력한 스위치를 만들어 줬지만 유전자가 끼어 들어간 위치에 따라 스위치가 자꾸 꺼지거나 성능이 떨어지곤 한다.
일부에서는 ‘바이오 동물’이 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은 먼 이야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유전자변형 동물에서 의약품을 만들 경우 반드시 구제역이나 광우병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자란 동물로 실험과 생산을 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점들이 언젠가는 극복될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경광 박사는 “젠자임 등 외국 생명공학 회사 중에는 현재 임상 마지막 단계까지 간 단백질 의약품이 몇 개 있다”며 “노하우가 쌓이고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머지않아 유전자변형동물을 통해 값비싼 의약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