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성호씨(28·서울 강북구 수유동)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이 문자메시지를 보고 망설이다 휴대전화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전화는 060-XXX-XXXX로 연결됐고 상대방 전화에서는 음악 대신 ‘운세정보를 이용하려면 1번을…’ 등의 유료서비스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물론 연결이 되자마자 30초당 1000원씩의 이용료가 자동으로 통신사로 빠져나갔다.
이씨처럼 각종 전화 유료서비스 업체들이 무작위로 보내는 ‘사기성 광고 메시지’에 속아 고스란히 이용료를 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유료서비스 업체들과 앞다퉈 서비스 계약을 하고 이들의 편법영업을 묵인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사기성 음성메시지’에 대한 신고 건수는 7월 이전 매달 5, 6건에서 7월과 8월에만 각각 20여건으로 급증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
또 소비자보호원에도 이 같은 피해 사례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태조사에 나선 경찰 관계자는 “한 이동전화 업체가 하루에 발송하는 이런 메시지가 무려 6만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기성 음성메시지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규제할 법 규정이 없고 유료서비스 업체의 영업을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통신사들이 사후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들에 따르면 현재 통신사들과 계약한 전화 유료서비스 업체는 2200여개. 이들 업체들은 KT, 데이콤, 하나로, 온세통신 등 국내 통신사들과 전화정보서비스 계약을 하고 통신사들의 회선을 이용해 증권, 운세, 날씨, 교통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30초당 1000원씩의 정보이용료 가운데 회선사용료, 정보이용료 회수대행 수수료, 통화요금 등의 명목으로 유료 서비스업체와 이익을 나눠 갖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회선을 빌려주고 심지어 규제를 완화해주면서까지 유료 서비스업체들을 유치하고 있다.
문제는 회선을 확보한 유료서비스 업체들이 무작위 문자메시지 발송 프로그램을 이용해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대량의 사기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여기에 속아 유료서비스에 접속하는 가입자들로부터 정보이용료를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것.
한 통신사 업체 관계자는 “후발 통신사들이 전화정보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고객인 유료서비스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미끼로 던지고 있다”며 “자율적인 규제는 명목뿐이고 사실상 유료서비스 업체들의 편법영업을 눈감아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스팸메일 차단 사이트 등장▼
한번 등록을 해두면 스팸메일 광고전화 휴대전화단문메시지(SMS)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일반인들이 구매권유광고를 사전에 거부할 수 있도록 ‘노스팸’ 웹사이트(www.nospam.go.kr 또는 www.antispam.go.kr)를 개설, 22일부터 운영키로 했다.
공정위는 이 사이트에 접수된 e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메일발송업체나 통신판매업자들에게 알려 아예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유무선전화는 10월1일부터, e메일은 보안장치를 마련한 뒤 통보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통보를 무시하고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의 과징금 부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이성구(李星求) 공정위 전자거래보호과장은 “사업자들이 스스로 이 사이트에서 거부의사를 밝힌 e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해 스팸메일이나 광고전화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