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 탈모 원인과 치료법

  • 입력 2002년 9월 15일 17시 26분


주부 김모씨(35)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머릿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게다가 두피가 가렵고 아픈 증상을 15년 이상 겪어왔다. 두피의 색이 빨갛고 여드름 같은 것이 돋았다. 고민 끝에 최근 한 대학병원 모발클리닉을 찾은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씨의 모낭(머리카락이 자라나오는 구멍)에는 모낭충이 잔뜩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 모낭충에 의한 두피의 염증 때문에 머리가 빠졌던 것이다.

여성 탈모는 남성의 탈모보다 훨씬 복잡하고 치료도 어렵다. 김씨처럼 빠지는 원인을 잘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 더구나 여성은 탈모가 생겼을 때 심리적인 위축감이 남성에 비해 훨씬 크기 마련이다. 국내 20,30대 여성의 1∼2%, 40대 이상에서는 20∼30%가 탈모증상을 보이는 등 적지 않은 여성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여성탈모의 특징〓여성은 남성에 비해 머리 숱이 많고(남:여〓122:135) 모발의 두께는 더 가늘다. 머리를 기르는 경우가 많아 모발 건강이 더 중요한데도 잦은 퍼머와 염색 등으로 손상되기가 쉽다.

여성의 탈모는 남성 탈모와 다르다. 앞쪽의 헤어라인은 빠지지 않고 정수리쪽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숱이 줄어든다. 남성은 젊을 때부터 탈모가 진행되지만 여성은 폐경 이후 중년에 심해진다. 남성은 몇 년 사이에 빨리 빠져 버리고 여성은 천천히 지속적으로 빠진다. 탈모가 있는 여성은 모발이 가늘어져 있어 드라이나 퍼머 같은 일반적인 손질에도 모발이 더 심하게 손상된다. 탈모와 모발의 손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

▽여성 탈모의 원인〓여성은 남성보다 빈혈이 10배 정도 많은데 빈혈이면 탈모가 잘 생긴다. 갑상선 질환이 있는 경우도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갑상선질환에 5∼10배 잘 걸린다.

세균이나 곰팡이, 모낭충으로 인한 두피의 염증도 심각한 문제다. 대개 두피가 가렵고 아프지만 때로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가족끼리 서로 두피를 봐줘야 한다. 붉은 기가 있으면 염증이 있는 것.

서울 청담동 리치피부과 오준규 원장은 “이 세가지 원인에 의한 탈모는 치료하면 확실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도 탈모의 원인. 임신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평소보다 10배 가량 증가해 생리를 멈추게 하고 임신을 유지시킨다. 일반적으로는 하루에 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이렇게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있다가 출산과 동시에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안빠진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진다. 또 폐경 뒤에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머리카락이 빠진다.

여성도 남성호르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남성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으면 탈모가 생긴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탈모를 부르며 무리한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탈모도 많다.

▽치료〓머리가 갑자기 많이 빠지고 주변 사람들이 탈모임을 알아본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맡에 떨어진 머리카락 △샴푸시 빠지는 것 △빗질할 때 빠지는 것을 모았을 때 100개가 훨씬 넘는다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심한 사람은 수백개가 빠진다.

두피의 염증 때문이면 염증치료가 우선이다. 두피샴푸나 두피 스케일링이 효과적이며 심하면 약을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탈모치료에 미녹시딜 용액을 쓰는데 초기일수록 효과가 좋다. 남성호르몬 과다 때문이면 항남성호르몬 치료를 한다. 항남성호르몬 제제는 임신에 영향을 주므로 젊은 사람에게는 투여하지 않는다.

자가모발이식술은 남성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오준규 원장은 “주로 뒤쪽 모발을 뽑아서 이식하는데 남성은 대부분 뒤는 그대로 있고 앞부분이 빠져 이식수술 결과가 좋지만 여성은 전체적으로 빠지고 뒤쪽 모발도 가늘어 이식하기가 힘들다”며 “뒷머리의 모발이 탈모부위의 모발보다 2배이상 굵을 때만 수술을 권한다”고 밝혔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샴푸는 두피에 골고루… 린스는 모발에만▼

탈모증세가 있다면 모발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두피에 염증이 없으면 일반 샴푸를 사용해도 되지만 염증이 있으면 △항균 △항진균 △소염작용이 있는 두피전용샴푸를 쓴다. 샴푸는 모발보호성분이 포함된 것을 고른다. 두 가지를 각각 구입해 사용하는게 좋다.

흔히 삼푸를 모발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샴푸의 목적은 두피를 깨끗이 하는 것. 샴푸를 떠서 두피에 닿도록 해 지문이 있는 손가락 끝부분으로 두피를 문지른 다음 2∼5분 놔 두었다가5∼10분간 헹군다.

가끔 머리를 감을 때 비누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비누의 성분인 계면활성제는 두피에서 잘 씻기지 않고 축적돼 모공을 막아서 비듬, 탈모의 원인이 되니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린스는 손상모발 건성모발의 경우 모발의 성분인 큐티클을 코팅하고 보호해 더 이상의 손상을 막는다. 린스를 할 때는 두피에 닿으면 안된다. 잘 씻기지 않으므로 두피에 쌓여 모공을 막을 수 있다.

1주에 1회 정도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을 모발에 바르고 비닐캡을 쓴 뒤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샴푸한다. 마요네즈나 식초, 레몬즙을 이용해도 된다.

탈모가 원래 심하거나 모발이 가는 경우에는 가는 모발이 밖으로 나와 부스스한 모습이 되기 쉬우므로 외출시 헤어 에센스를 바른다.

콩이나 두부, 두유에는 여성호르몬 작용을 하는 아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여성호르몬 감소나 남성호르몬 과다증으로 인한 탈모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탈모의 원인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도 있으므로 큰 기대는 안하는게 좋다.

생강즙이나 양파즙 등 아무거나 머리에 바르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니 금물. 특히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고 집에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다가 두피의 염증이 악화되는 수도 있다.

(도움말〓리치 피부과 오준규 원장)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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