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뮌하우젠 증후군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00분


‘주목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애완동물까지 괴롭힌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환자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애완동물을 병들게 만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왕립연합병원 H S 터커 박사팀은 영국 전역의 수의사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9개 사례가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가 고의로 저지른 사건으로 분석됐다고 최근 밝혔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입원 또는 의사의 진찰을 받을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심하면 자해까지 하는 정신질환. 병명은 1720년 독일에서 태어난 뮌하우젠이라는 사람에게서 유래됐다. 그는 평소 거짓말하기를 좋아했으며 1793년에는 그의 거짓 이야기를 각색한 책 ‘뮌하우젠 남작의 모험’이 나오기까지 했다.

일부 환자는 자신의 자녀를 ‘대리 환자’로 이용해 병원을 찾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들은 자녀의 병력을 위조하고 약물로 아동에게 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가장하기 위해 소변에 혈액이나 세균, 오염물질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는 것.

터커 박사팀의 이번 조사결과는 애완동물도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대리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환자는 자신의 애완동물이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에 시간대를 바꿔가며 4번 진료예약을 했다. 또 다른 환자는 동물이 아픈 것은 이웃이 독약을 먹였기 때문이라고 의사에게 설명했으나 나중에 자신의 자녀에게 독약을 먹이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전문가에 따르면 이 질환은 ‘보호 본능’과 관련이 있다. 어릴 때 과잉보호로 홀로서기를 배우지 못한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도피 수단으로 의료진에 의존한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지 행동 치료나 약물 요법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뇌의 질환이라고 말한다. 터커 박사팀의 조사결과는 학술지 ‘어린이 질환 기록집’ 최근호에 실렸고 의료정보사이트인 웹엠디(WebMD) 등을 통해 소개됐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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