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개막된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의 기업전시관은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국내의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회사들이 최근 개발을 끝냈거나 연구중인 첨단 제품들이 선보여 10월 24일까지 전시된다. 그 중에는 DNA칩과 신약 등 우리 생활을 바꿀 획기적인 제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개발과 판매가 쉬운 건강식품을 전시하는데 그쳐 아쉬움도 많았다.
▽다양한 DNA칩 등장〓국내 벤처기업들이 다양한 ‘DNA칩’을 선보였다.
제네틱스홀딩스는 소변을 이용해 방광암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을 전시했다. 이 회사 양인석 씨는 “현재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DNA칩을 이용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는 현재 침으로 구강암이나 두경부암(목과 머리 부근에 생기는 암)을 진단하는 DNA칩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메드랩도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DNA칩을 내놓았다. 치명적인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30여가지의 바이러스 중 22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바이오니아는 결핵을 진단하는 DNA칩을 선보였다. 또 네오바이오는 DNA지문을 이용해 산삼과 인삼을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산삼의 DNA 지문에는 인삼에 없는 띠가 나타나 구별할 수 있다.
바이오엑스포에 참석한 사카키 요시유키 인간게놈기구(HUGO) 회장은 “인간 게놈이 공개되고 다양한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앞으로 진단용 DNA칩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개인별 유전자 차이에 따른 맞춤 치료나 예방 의학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색적인 제품도 많았다. ABC에너지는 유채기름으로 만든 바이오 디젤, 고구마로 만든 바이오 휘발유를 선보였다. 식물 기름을 디젤과 섞어 공해 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동아제약은 혈관 생성 유전자를 몸에 주사해 막힌 혈관 주위에 새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 치료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현재 러시아에서 임상 시험(1단계)중이다. 바이오랜드는 콜라겐에 피부세포를 붙인 인공피부를, 퓨전바이오테크는 식물에서 나온 생장촉진제와 제초제를 흙에 넣어 기른 대형 호박을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건강식품으로 꽉 찬 전시관〓건강식품이 전체 전시품의 절반을 훨씬 넘어 바이오 엑스포인지 건강식품 엑스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바이오 인포매틱스, 신약, 신소재’를 연구한다는 U사의 전시관은 홍삼 음료, 꽃가루 추출 식품 등으로 가득했다. J사는 남성 건강에 좋은 식품, 과음한 여성이 마시는 음료 등을 선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시관에는 ‘면역 능력과 성 역량을 강화하고 치매를 방지하며 당뇨병에 효과 있는’ 만병통치 건강식품도 있었다. 키토산으로 만든 치약, 발 전문 화장품, 해조류 추출물 등 다양한 건강식품이 바이오 제품을 압도했다.
일부 대기업의 무성의한 운영도 답답했다. 국내 굴지의 생명과학 기업인 L사는 전시관에 도우미만 있을 뿐 전문가가 없었다. 자세한 정보를 묻자 “본사에 문의해 보라”는 대답만 들었다. 대형 제약회사들도 대부분 기존 제품을 선전하는 것에 그쳤다.
전시관을 둘러본 한 바이오 벤처의 K씨는 “신약 개발에는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들어 많은 기업들이 현재 건강식품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밤낮을 연구에 전념하는 벤처들이 많아 언젠가 세계에 선보일 만한 제품들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주〓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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