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출신의 정성윤(鄭盛允·31·사진)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옛밍 치앙 교수와 함께 리튬-철-인 산화물에 알루미늄 니오븀 지르코늄 등의 금속 이온을 1∼2%가량 집어넣어 전기전도성을 1억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재료공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즈’ 10월호에 발표했다.
말하자면 불순물을 집어넣어 전도성을 높인 셈이다. 불순물이 들어간 리튬-철-인 산화물은 ㎏당 전력밀도가 기존의 어떤 전지보다 높은 3000W 이상까지 나왔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저장한 전기에너지가 열로 손실되지 않고 에너지로 전환되는 효율이 90% 이상이다. 반면 충전용 2차전지로 널리 쓰이는 니켈-카드뮴전지는 에너지 효율이 70% 정도에 불과하다.
또 니켈-카드뮴전지는 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충전하면 전지용량이 점점 줄어들지만 리튬 전지는 그런 단점이 없다. 최근 아무 때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된 것도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 덕분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튬은 공기 중의 수분과 급격히 반응해 폭발하는 단점이 있는데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코발트 산화물이 비싸 지금까지 소형 전자제품에만 이용될 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미국 텍사스대 연구자들이 리튬-코발트 산화물보다 값이 싸고 과열의 위험이 적은 리튬-철-인 산화물을 개발했으나 전기전도성이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했다. 정 박사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다.
치앙 교수는 “리튬-철-인 산화물을 이용하면 전기자동차에 이용되는 니켈-금속 수소화물 전지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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