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화성탐사선 쏠때도 吉日 있다

  • 입력 2002년 10월 6일 17시 29분


2003년 6월 발사될 화성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 마르스 익스프레스에 광고를 할 페라리 자동차가 함께 놓여 있다.
2003년 6월 발사될 화성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 마르스 익스프레스에 광고를 할 페라리 자동차가 함께 놓여 있다.
결혼하기 좋은 길일(吉日)이 있듯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데에도 ‘길일’이 있다.

연세대 최규홍 교수팀(천문우주학과)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행성간 탐사선의 발사 시기를 정하는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18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한국우주과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공개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구와 화성의 궤도, 태양의 중력 등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해 행성간 탐사선을 쏘는 ‘길일’을 잡는다. 지구에서 탐사선을 발사할 때 가장 적은 에너지를 쓰고서 가장 빨리 원하는 행성에 도착하는 날짜가 바로 길일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계산하면 화성 탐사선의 가장 빠른 길일은 내년 6월초다. 실제로 미국우주항공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는 화성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를 2003년 6월 1일에 발사할 계획이다. 이 날짜를 놓치면 2년이 넘는 약 780일을 기다려야 한다.

화성 탐사선은 먼저 초속 11.58㎞의 속도로 발사돼 지구를 탈출한다. 지구의 중력권은 지표로부터 약 100만㎞ 까지다. 이곳을 벗어나면 탐사선은 태양을 도는 또 다른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며 화성에 접근한다. 우주선은 연료를 태워 얻은 힘과 지구가 공전하는 힘을 함께 이용해 화성으로 날아간다.

지구와 화성, 태양의 중력 외에도 화성 탐사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 가지다.

먼저 목성과 토성의 중력.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은 거리도 멀고 크기도 작아 큰 영향이 없지만 목성과 토성은 덩치가 커 화성 탐사선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태양에서 나온 복사열도 고려해야 한다. 태양의 복사열은 1㎠당 2㎈ 정도다. 태양 복사에너지가 위성에 압력으로 작용해 탐사선이 궤도에서 조금씩 옆으로 이동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구 정지궤도를 도는 위성은 태양 복사 에너지 때문에 며칠 사이에 1㎞나 궤도가 이동한다. 화성으로 가는 탐사선은 변화가 더 심하다.

이밖에도 태양과 달의 인력 때문에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 지구 자전속도의 미세한 변화 등도 탐사선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그램은 이런 변화들을 모두 고려해 탐사선의 발사 시기를 정한다. 화성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에 가는 시기와 궤도도 모두 계산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 프로그램으로 화성 탐사선의 발사 시기와 궤도 등을 계산한 결과 도착 위치가 최대 20㎝의 오차 밖에 생기지 않았으며 이는 NASA의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언젠가 한국이 화성탐사선을 쏠 경우를 준비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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