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에겐 거짓말탐지기 무용지물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7시 28분


안보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스파이를 색출해내는 데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매우 의문스럽다는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산하의 연구협의회는 스파이 색출에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선량한 사람들을 잘못 기소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로스알라모스연구소에서 일하는 ‘중국 물리학자’의 핵무기 기술 유출 논란 이후 스파이 색출을 위해 산하 기관과 연구소의 직원 1만6000명에 대해 매년 2000명씩 거짓말 테스트를 해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스파이 색출을 위해 정기적으로 거짓말 탐지 테스트를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효과가 없고, 진짜 스파이들은 탐지기를 빠져나가는 훈련을 받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다고 결론 냈다. 조사에 참여한 조지 메이슨대 캐드린 래스키 교수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스파이도 거짓말 탐지기로 색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보 관련 기관은 직원들에게 “당신은 불법적으로 기밀정보를 누설할 생각인가?” 같은 막연한 질문을 하면서 거짓말 탐지기로 맥박이나 호흡 횟수 그리고 땀이나 혈압의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살인 등 특정범죄에서 용의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심문하면서 하는 거짓말 테스트는 제한적이지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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