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시스템 구멍…21건 부정낙찰 적발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5시 21분


전자입찰시스템을 조작해 250억원대의 관급공사를 부정 낙찰받은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체, 정보통신 업체가 가담한 이들 일당은 시스템을 마음대로 조작해 특정기업를 하루에 두 번이나 낙찰 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전라남도와 산하 22개 시군에서 사용중인 전자입찰 시스템을 조작, 부정 낙찰을 받아온 혐의(컴퓨터 사용 사기 등)로 경호종합건설 이사 유모씨(38)와 하이웹정보통신 부장 이모씨(32), 전남도청 7급 공무원 장모씨(34) 등 8명을 구속했다. 또 시스템관리업체 C사 관리부장 송모씨(37)와 K건설 경리부장 강모씨(39)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건설업자 강모씨(41) 등 2명을 지명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호종건 유씨 등은 지난해 11월 전남도청과 '전라남도 실시간 전자입찰 소프트웨어 설치 및 개발' 계약을 맺고 하이웹정보통신 등이 개발한 입찰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들은 공무원 장씨를 끌어들인 뒤 외부에서 해킹을 통해 프로그램 조작이 가능하도록 메인 시스템을 보안시설이 전혀 없는 외부업체의 인터넷데이테센터(IDC)에 뒀으며 웹서버만 도청 회계과에 설치했다.

특히 최종 낙찰자를 확정하는 프로그램 파일을 조작해 사전에 공모한 특정 업체가 응찰 가격란에 정해둔 암호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다른 경쟁업체의 응찰가보다 낮은 가격이 입력되도록 만들어 낙찰 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7월 낙찰가의 5%를 받기로 하고 새한종합건설 대표 이모씨(48·구속)가 여수시청이 발주한 '소치∼오천간 도로개설공사'를 69억원에 딸 수 있게 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8월까지 관급 공사 21건(공사비 250억원)을 부정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양근원(梁根源)수사팀장은 "이들은 전남 관급공사의 경우 입찰 경쟁률이 300∼700대 1이나 돼 한 업체가 1년에 한번 입찰받기도 힘들지만 시스템을 조작, 낙찰업체를 조작해왔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입찰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했으며 그동안 정부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등 1643개 기관이 발주한 3만8976건의 공사를 이 방법에 의해 선정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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