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뿐 아니라 남미국가들까지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서비스 중인 비화(秘化)기능을 국내업체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외면하는 통신업체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을 서비스 중인 미국의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남미 일대의 사업자인 텔레스피, 텔레포니아 등은 현재 ‘인증시스템’을 도입해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비스에 나선 중국도 이 인증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휴대전화번호와 제품번호를 알아낸 뒤 똑같은 휴대전화를 복제해 불법 통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미국 업체들은 최근 이 시스템을 이용, 통화내용 비화 기능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서비스사업자인 SKT(011, 017) KTF(016, 018) LGT(019) 중 이를 서비스하는 곳은 전무한 실정. A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인증체제를 도입하면 복잡한 암호화과정 때문에 기지국당 이용자수가 줄어들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새로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체들이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휴대전화 단말기도 수출용은 인증체계가 도입됐지만 국내용은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말기 제조업체 B사의 한 간부는 “국내 단말기 업체들은 수출용 단말기에 인증시스템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등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결국 연간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업체들이 이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인증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청 방지의 사각지대〓국내 휴대전화는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통신코드(암호체계)를 이용하고 있어 도청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끼리 통화할 때와 달리 서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휴대전화∼유선전화간 통화내용은 암호화 수준이 크게 낮아져 도청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도 “서비스업체가 다를 경우 암호체계 수준이 비교적 낮은 PCM이라는 방식으로 통신이 이뤄진다”며 “이는 같은 서비스간 통화에 적용되는 EVRC 방식보다 도청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