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국내에서는 갑자기 도메인 등록붐이 일었다. 1994년에 등록이 시작된 후 99년 6월 말까지 5만4000개에 지나지 않았던 국내 도메인이 10월 말에는 15만6000개로 늘어났다. 인터넷 비즈니스 붐 탓도 있었지만 손쉽게 한탕 하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되팔 목적으로 한 사람이 수십, 수백개의 도메인을 등록해 놓는 일들이 속출했다. 빚을 얻어 한꺼번에 2500개나 확보했다가 원매자가 나서지 않아 거액을 날리게 된 사람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이버 부동산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메인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모두 봉이 김선달이나 투기꾼 취급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남보다 먼저 파악한 선각자라고 할 수 있다. korea.com(코리아닷컴)이라는 도메인을 처음으로 등록한 재미교포 이희준씨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 도메인이 언제인가 국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판단해 단돈 70달러를 내고 등록을 해두었다. 이 도메인은 재작년 국내 인터넷업체인 두루넷이 무려 500만달러(약 65억원)에 사들였다. 인터넷이 아이디어 하나로 부자가 되는 시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로 등록이 허용된 국내 도메인 sex.co.kr의 소유권이 부산에 사는 29세의 여성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sex.co.kr는 국내 도메인 관리기구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지난달 새로 등록을 허용키로 결정한 도메인 중 하나. 국내외에서 섹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들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이 도메인은 오래 전부터 네티즌들과 관련 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지난달 말 신청마감 결과 무려 2만3801건이 몰려 최고의 경쟁률을 보였다. korea.com보다 더 상업성이 크다는 이도 있는 것을 보면 당장 팔기만 해도 수십억원은 벌게 될 모양이다. www.sex.co.kr라는 도메인 이름이 예고하고 있는 콘텐츠가 걱정되긴 하지만….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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