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온라인 서점 25시, 책이 안방으로… “싸고 편해요”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7시 45분


온라인서점 예스24 물류센터 직원들이 주문받은 책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박영대기자
온라인서점 예스24 물류센터 직원들이 주문받은 책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박영대기자
온라인 서점의 공세가 거세다. 편리한 검색과 가격할인이 무기인 온라인 서점은 주문에서 배송까지 2∼3일 이상 걸리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시장을 확대, 올해 전체 서적 시장규모 2조 4000여억원의 10%정도인 약 2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8월엔 업계 1, 2위로 평가받던 예스24와 와우북(www.wowbook.com)이 합병해 온라인 서점의 ‘공룡’이 탄생했다. 새로 탄생된 예스24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00억원선. 단일매장으로는 최대규모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매출액 950억원을 처음 훌쩍 뛰어넘어 교보문고 전체 매출액 (1800억원)을 위협하고 있다. 교보문고 자체도 “전체 매출액의 20%선을 인터넷 쇼핑몰이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문에서 배송까지, 온라인 서점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았다.

#제목이 뭐더라?

초겨울 어느 날 오후. 주부 A씨는 며칠 전 동아일보 ‘책의 향기’에서 읽은 서평 기사가 생각났다. 내용이 좋아 보여 오려 두었는데,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한 권 사서 읽어보고 싶은데, 제목이 뭐였지….”

하지만 별로 고민할 일도 망설일 일도 없었다. 컴퓨터를 켠 A씨는 즉시 인터넷 온라인 서점에 접속해 검색창에서 생각나는 제목의 한 구절을 쳐 책을 찾아냈고, 마우스를 클릭해 원하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문득 화면상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구입한 책들’을 안내한 코너가 눈에 띄었다. “남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제목을 훑어보니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 저자 소개를 훑어본 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 사흘 뒤 책 두 권이 집으로 배달됐다.

#컴퓨터 화면의 저 편

A씨가 집 컴퓨터에서 마우스로 결제를 클릭한 순간, 정보는 자동적으로 인터넷 서점 물류 센터에 접수된다. 실시간으로 모아진 정보는 30분마다 출력돼 물류센터 직원의 손으로 넘어간다. 직원들이 서가를 돌아다니며 찾아 모은 책을 포장해 주문자의 주소지를 붙여 배송하면 작업 끝.

온라인 서점 예스24(www.yes24.com)의 경우 용인시 기흥읍 물류센터에 약 40만권의 책을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40만권이라고는 해도 모든 종류의 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자 반응이나 판매 추이를 보아 ‘장사가 될 만한’ 책은 미리 확보해 놓지만 찾는 고객이 많지 않은 책은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받아온다. 책에 따라 배송 일자가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스24 마케팅 팀 주세훈 팀장은 “전시 비용과 보관 비용을 줄여 책 값을 할인해준다는 온라인 서점의 특성상 먼저 주문을 받고 책을 구입하는 ‘무재고 원칙’ 경영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에는 ‘언제쯤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뜨기도 한다.

#경쟁력과 한계

예스24와 같은 온라인 서점은 80여개에 이르지만 실제로 매출을 올리는 곳은 상위 10개사 정도다. 알라딘(www.aladdin.co.kr), 모닝365(www.morning365.co.kr) 리브로(www.libro.co.kr) 인터파크(www.interpark.com/bookpark) 등도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 교보문고(www.kyobobook.co.kr)나 영풍문고(www.ypbooks.co.kr) 등 오프라인 서점들도 온라인 북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 고객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싼 가격. 30%이상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내년 2월부터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이 실시되면 온라인 서점이라도 10%(출판된 지 1년 이내 서적)이상의 할인을 해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온라인 서점들은 빠른 배송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물류 센터 정비에 나섰다.

A씨의 경우처럼 적은 정보만으로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비슷한 독서 취향인 ‘다른 사람이 읽는 책’을 살펴볼 수도 있고, 다양한 매체의 서평을 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다려야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 서점이 갖는 취약점. 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겐 온라인 서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8월 한국 갤럽의 조사 결과 “책 구입시 인터넷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20세 이상 독자의 85.5%에 달했다. 알라딘 박진경 고객팀장은 “하루에 전화 350통, 전자 메일 180통을 독자로부터 받는데, 대부분이 인터넷 브라우저 설정을 잘 못해서 생기는 주문상의 질문이나 항의”라고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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