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눈에 띈 것은 여러 개의 태양열 판과 풍력발전용 바람개비였다.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판, 물을 데우는 평판형 집열판과 진공관식 집열판 등 3가지 종류의 태양열 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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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박사는 “이곳을 찾아온 학생들이 아침저녁에 직접 태양열로 데운 물을 쓸 수 있어 대체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열 판 앞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다. 작은 물길로 물이 흘러 왔다. 빗물을 받은 물이다. 물은 바람개비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해 순환된다.
임 박사는 “내년에 연못 주위에 금불초, 꽃창포 등을 심어 ‘작은 생태계(비오톱)’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은 30년된 한옥을 재건축한 것이다. 낡은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생태 건축의 참뜻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태양열 발전이 전공인 임 박사는 “대체 에너지에 대해 자주 강연하다 에너지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생태 건축을 연구하게 됐고, 학생들에게 생태 건축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직접 체험관을 지었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벌레가 살 수 있도록 나무 기둥에 무독성 페인트를 칠하고, 재래식 장판지를 깐 뒤 니스 대신 콩기름을 발랐다. 흙벽에는 아예 벽지조차 바르지 않았다. 탁자와 문짝 등 남이 버린 것을 최대한 다시 썼다. ‘생태건축 0번지’ 푯말도 전시회 때 쓰고 버린 것이다.
또 양철판을 지붕에 덧댄 뒤 유리로 벽을 세워 복도를 만들었다. 공간은 넓어지고, 이중벽이 집 안의 열을 감쌌다. 욕조에 누우면 언덕의 나무와 풀이 한눈에 들어와 노천탕에 있는 듯했다. 창고에는 투명 플라스틱을 통해 햇빛이 들었다.
임 박사는 “180여평의 집(42평)과 마당을 사는데 약 5000만원, 리모델링하는데 평당 110만원 정도 들여 약 1억원으로 체험관을 만들었다”며 “사실 공사비의 70%는 인건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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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강연료, 인세로 모은 돈을 아낌없이 쏟았다. 그가 직접 집을 설계하고 주말마다 인부들과 공사도 같이 했다. 김종선 코팩이티에스 사장이 태양열 판을 설치해주는 등 친구들이 조금씩 공사를 도와줬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도 생태 건축을 내세운 곳들이 많이 생겼다.
분당 경동개발 사옥의 옥상에 있는 ‘하늘동산21’은 붕어와 민물새우가 사는 연못과 푸른 풀밭으로 유명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현대 아산병원 등에도 옥상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경남 산청의 간디생태마을, 경남 함양의 두레마을 등 농촌에는 생태마을 공동체가 꾸려지고 있다.
서울시가 은평구 일부를 환경생태형 뉴타운으로 재개발하기로 하는 등 도심 주거지에도 생태 건축이 들어서고 있다. 임 박사는 국내 생태 건축이 이러한 인기에 덧붙여 좀더 검소해지기 바랬다.
임 박사는 “생태 건축의 목적은 물질과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고 순환시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에너지절약빌딩 등 일부 생태 건축물들은 무조건 기존 건물을 허물고 비싸게 지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오히려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산〓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