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이날 대선후보 초청 IT포럼에서 “디지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디지털 대통령의 임무로 IT와 정치를 결합한 ‘대한민국 업무재설계(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정보화를 접목한 국가경영 혁신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 지식정보사회를 완성하겠다는 것.
노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네티즌 모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의 인연을 들어 자신이야말로 “21세기 지식정보시대가 만든 유일한 대통령후보이며 가장 강력한 디지털 마인드를 지닌 대통령감”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정책평가〓현 정부의 IT정책에 대해 “기초는 잘 다졌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대중화와 초고속인터넷 보급 등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핵심기술, 콘텐츠, 전통산업의 정보화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또 인터넷에 한글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을 들어 “고속도로를 잘 지어 놓고도 실어 나를 짐이 없다면 문제”라며 “지식정보사회 진입을 위해 공공 부문 데이터베이스(DB)를 비롯해 학술 및 문화산업 분야 DB 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노 후보가 발표한 IT공약 핵심은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강화로 요약됐다. IT 인력 양성은 앞으로 10년간 100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100개 분야에서 100명씩 정예인력 1만명을 육성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초과학과 IT분야의 R&D 투자는 현행 4.7% 수준에서 7% 수준으로 높이고 100개 분야에서 세계 초일류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다. 그는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국내 산업단지도 집중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통합 문제〓노 후보는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를 둘러싼 조직 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당선되면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부처간 IT 업무 조정을 위해 청와대에 IT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처간 업무 중복 현상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라며 “IT 업무 중복 문제는 청와대에 수석비서관급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조정기능을 강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나 정보화는 한두 개의 관련 부처만이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며 “집권하면 전 부처의 IT화에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벤처정책 및 코스닥 활성화〓노 후보는 벤처정책에 대해 “벤처는 위험해도 전망이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되 벤처 투자자들의 위험을 줄이는 사회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직접적인 방식은 피하고 인재 양성이나 교육 등 인프라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시스템과 노하우를 확립해 합리적인 평가에 기초해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또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실물경제의 뒷받침을 통한 자연스러운 시장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IT 정책 분야 비전과 공약 | ||
4대 비전 | 10대 공약 | 주요 과제 |
튼튼한 정보화 기반의 지식강국 | 1.IT 인프라와 인력의 지속적 확충 | 차세대 인터넷망, 생산적 지식기반, 콘텐츠 개발, 100만명 IT인력 및 1만명 정예 인력 양성 |
2.정부 및 공공부문 지식정보화 강력 추진 | 지식기반 전자정부, 국가IT 정책 조율, 미래 행정서비스 청사진 개발, 공무원 IT 교육 | |
3.IT 산업 및 기술의 집중육성 | R&D 확대, 100대 일류기술 개발, 해외 기업 적극 유치, IT수출 확대 | |
4.전통산업의 첨단 정보화 체계 확립 | 국가 기간산업 정보화, 중소기업 및 제조업체 정보화, 대기업-중소기업 협력 유도 | |
정보화 복지국가 | 5.정보화 복지사회 건설 |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 확산, 대 국민 정보서비스 강화, 정보격차 해소, 통신요금 지속 인하 |
6.IT와 정보화로 공정사회 실현 | 투명성 제고 및 부패방지, 전자상거래 촉진, 참여민주주의 실현 | |
7.안전한 사이버환경 조성 | 전자상거래 신뢰성 확보, 정보유출과 도청 및 감청 방지, 정보윤리운동, 재난복구시스템 구축 | |
세계를 선도하는IT 강국 | 8.동북아 IT 허브 구축 | 범 아시아 전자정부 공동사업 추진, 동북아 IT허브 구축 |
9.글로벌 IT 중심국가 도약 | IT강국 이미지 확립, IT 표준 선도, IT 봉사단 활동 강화 | |
10. 남북 IT 협력 활성화 | 30대 남북 IT 협력사업, 7500만 디지털 한민족공동체 결성 |
(자료:새천년민주당)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盧후보, IT와 인연강조▼
이날 포럼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는 연설문을 읽다 말고 정보기술(IT)과 자신의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노 후보는 1980년대 초반 막연히 ‘정보기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서점에서 ‘전자 정보 처리 시스템(EDPS) 개론’ 책을 한 권 샀으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다음날 그는 사무실 직원에게 정보처리학원 수강증을 끊어주고 “EDPS에 대해 배워 오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그 직원은 노 후보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COBOL) 포트란(FORTRAN) 등 일반인에겐 불필요한 내용을 ‘강의’했고 노 후보는 “학원 이제 그만 다녀라”고 말했다고.
도전은 계속됐다. 80년대 말 동료 변호사들은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로 변론문을 작성할 때 노 후보는 워드프로세서 ‘장원’을 구입해 개인용 컴퓨터(PC)에 설치해 놓고 쓰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PC통신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마자 노 후보는 하이텔단말기를 이용해 PC통신 하이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93년에는 사무실에 9000만원짜리 서버를 들여놓고 그룹웨어를 설치해 전자 결재도 시도했다.
그는 “그러나 업무 양식이 선진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당시 그룹웨어 사용은 시기상조였으며 빚 갚느라 진땀을 뺐다”고 회고했다.
노 후보는 “2000년 4·13총선에서 낙선한 뒤 개인홈페이지(www.knowhow.or.kr)를 통해 낙선을 안타까워하는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게 발전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됐다”며 “만약 당선되면 한국의 IT발전을 이끄는 ‘디지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