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도 못믿겠다" 도청우려 비화기구입 문의 급증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05분


청와대를 포함, 정치인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한나라당에 의해 폭로되자 ‘도청 공포증’이 다시 불붙으면서 도청방지기 구입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통신보안 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점검하고 있으며 휴대전화에 부착하면 도청을 막을 수 있다는 비화기(秘話機)의 구입과 문의가 폭로 이전보다 2배가량 늘고 있다.

A금융회사의 경우 최근 한 통신보안업체에 세트당 200여만원을 호가하는 비화기 10여대를 주문했다.

이 회사관계자는 “그동안 유선전화 도청에만 대비했으나 한나라당의 도청의혹 폭로 이후 보안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짜고 있다”며 “긴급 임원회의에서 주요 임원들의 휴대전화기에는 비화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잦은 입찰관련 정보 유출로 곤욕을 치르던 B건설업체도 최근 도감청 방지장비를 구입하기로 했다. 회사측은 “평소 입찰정보가 자주 새나가 의심을 했는데 이번 도청 폭로내용을 본 뒤 보안장비 구입을 결정했다”며 “정치인과 기자들의 통화내용을 검토한 결과 유선전화뿐 아니라 휴대전화도 도청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휴대전화 도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최근 한 보안업체 관계자를 개인적으로 만나 휴대전화 도감청 방지에 관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은 ‘상의할 것이 있으니 직접 보자’고 해 만나면 도청방지 장비에 관해 문의했다”고 말했다.

보안업체들도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기업간 정보교환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아예 자체적으로 도청방지 기기를 개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K보안업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도청의혹 제기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자체적인 휴대전화 도청방지 기기 개발에 착수키로 했다”며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관계회사를 통해 관련기술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하루 평균 5∼20여통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에 따라 매출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H보안업체의 간부도 “11월에 받은 상담전화만 100여통에 이른다”며 “특히 지난달 정치인들의 문의전화는 10월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럴 때는 도청을 의심하라.’▼

국내 통신보안업체 전문가들은 “집이나 사무실 주변에 수상한 차량이 장기 주차하는 등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발견되면 한번쯤 도청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업체들이 말하는 도청의 징후는 대략 10가지.

통화음 크기 자주 변할때

기본적으로 통화음이 커졌다 작아진다든지 긁거나 튀기는 소리가 느껴질 때는 도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2. 전화를 끊었는데도 전화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

3. 전화가 자주 울려서 받아보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거나 희미한 발신음, 째지는 소리 등이 들릴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는 것.


전기 공사차량 장기주차때

4. 집 주변과 사무실 밖의 모습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전화, 케이블, 배관 및 전기회사 등의 차량이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경우.

5. 운송 또는 서비스회사 차량이 오랫동안 주변에 주차해 있는데 정작 사람이 보이지 않을 경우 등도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6.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이상한 장애가 발생할 때도 무선도청 기기에 의한 전파 혼선일 가능성이 있다.

실내벽면에 얼룩 보일때

7. 자신이 도청되고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집안 가구나 벽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동전 크기의 얼룩이 벽면에 갑자기 보일 때.

8. 하얀 먼지나 오래된 재가 바닥 또는 책상 위에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도청기를 숨기기 위해 구멍을 파다 생긴 것일 수 있기 때문.

9. 어떤 물건이 어떻게, 왜 특정한 지점에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경우

10. 타인에게서 알람시계, 소형 라디오 등 전자제품을 선물 받았을 때.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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