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C 시대 대규모 IT투자 어렵다”

  • 입력 2003년 1월 6일 17시 44분


‘포스트 PC 시대’에는 자본재 가격이 올라 1990년대처럼 대규모 정보기술(IT) 설비투자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낡은 PC나 서버를 새 것으로 바꾸는 IT 대체투자가 본격화되면 미국 및 전 세계 IT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통설을 뒤엎는 주장이다.

아직은 소수파인 이런 관측이 맞아떨어진다면 포스트 PC 시대로의 전환이 가시화할 향후 2∼3년간의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 또는 정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PC 시대 자본비용 증가론자’들은 향후 IT 산업구조의 변화를 중요시한다.

예컨대 데일 요겐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미국사회과학협회 연차총회에서 “컴퓨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져도 IT 산업구조가 변화해 IT 투자가 종전처럼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같은 주장을 펴는 미래에셋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에 따르면 PC가 생산에 전면 적용된 ‘PC주도 경제’에서는 계산능력과 처리속도가 중요했다. 연구개발의 중심은 같은 성능이라도 칩, PC, 서버의 크기를 줄여 값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됐다. PC나 서버 값이 폭락하자 일반기업들은 IT 설비투자를 대폭 늘렸다.

하지만 ‘포스트 PC 시대’에는 속도보다는 ‘PC와 모바일 등이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중심은 ‘작은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영화보기, 인터넷 검색 등의 서비스를 얼마나 원활하게 제공하느냐’로 옮아간다.

이처럼 속도 늘리기 경쟁, 곧 가격인하 경쟁이 관심권에서 밀려나면서 90년대 같은 자본재 가격의 하락 추세는 둔화되거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팀장은 “실물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이런 변화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증시에서는 중장기 상승 모멘텀의 약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자본비용 증가설은 통상 3년인 PC 교체 주기가 도래한 작년에도 IT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IT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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