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인터넷은 대표적인 ‘부익부 빈익빈’형의 복잡계 네트워크며, 이런 네트워크는 가장 부자 웹사이트인 ‘허브(hub)’에 치명적인 약점(아킬레스건)이 생긴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형 네트워크는 대부분의 사이트는 아주 적은 연결만 있고, 소수(허브)가 엄청나게 많은 연결을 갖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허브가 쓰러지면 그 밑에 있는 수많은 사이트가 쓰러진다. 더 심각한 것은 주위의 크기가 비슷한 허브까지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인터넷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번 인터넷 대란도 한국의 큰 허브중 하나인 KT 혜화 전화국의 DNS 서버(한국과 해외 인터넷망을 연결하는데 필요한 서버)에 갑자기 컴퓨터 바이러스가 만든 엄청난 양의 정보가 몰리면서 일어났다. 평소에는 한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정보가 옆길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혜화 전화국 서버가 무너진 뒤 워낙 많은 정보가 옆길로 돌아가면서 주위의 허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전체 인터넷망이 마비됐다.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인터넷은 허브(서버)에 대한 내부 공격보다 정보량의 폭발적인 증가 등 외부 공격에 더 취약하며, 이번에 그것이 드러난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새로운 인터넷 교통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며 “한국도 미국처럼 대형 허브를 다양화해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다른 허브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미노 현상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경보 체계도 필수적이다. 강 교수팀이 최근 개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komplex0.snu.ac.kr)을 이용하면 인터넷 마비의 도미노 현상을 직접 볼 수 있다.
복잡계 네트워크의 도미노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다. 바라바시 교수는 ‘링크’에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몇몇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에 구제 금융 지원을 제한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며 “그 결과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냈다”고 설명했다. 대형 금융 허브인 IMF의 결정이 IMF에 연결되어 있던 아시아 국가의 연쇄적인 외환 위기를 일으킨 것이다.
에이즈가 사회에 퍼지는 과정도 복잡계 현상과 닮았다. 과학자들은 2000년 스웨덴과 미국에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인터넷과 형태가 비슷했다. 소수의 사람은 아주 많은 사람과 성관계를 했고, 대부분의 사람은 훨씬 적었다. 성적으로 아주 활발한 사람이나 매춘부가 에이즈에 걸릴 경우 그를 중심으로 에이즈는 폭발적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복잡계 네트워크의 허브는 아킬레스건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점이 더 많다. 생활 속의 사례 하나. 최근 한 스포츠 신문에는 축구선수 이천수가 탤런트 박진희를 만나고 싶어 연예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박경림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했다가 박경림과 친해졌다는 이야기가 실렸다. 이천수가 박경림이라는 연예계의 ‘인맥 허브’를 통해 지름길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박경림은 이천수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기며 인맥이 더 많아지는 네트워크의 부익부 현상도 인터넷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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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박미용 동아사이언스기자 pmi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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