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 에너지 사용 효율화…상대에 따라 毒의 강약조절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02분


전갈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상대에 따라 무기를 가려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대 브루스 해먹 교수는 최근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남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전갈(Parabuthus transvaalicus)이 손쉬운 먹이엔 만들기 쉬운 약한 독을 쓰고, 커다란 동물에게는 성분이 매우 복잡한 치명적인 독을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자의 우도할계(牛刀割鷄), 즉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는 가르침에 충실한 셈이다.

다 자라면 10㎝정도 되는 이 전갈은 사람을 죽일 정도로 치명적인 독과 함께, 파리나 나방을 마비시키고 생쥐에게 고통을 줄 정도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약한 독도 분비한다. 겉보기에도 치명적인 독(왼쪽)은 불투명하고 방울이 큰 반면 약한 독은 방울이 작고 맑아 구별이 가능하다.

해먹 교수는 “치명적인 독은 성분이 복잡해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상대가 약할 경우엔 이 전단계의 독을 사용해 에너지를 아끼고 강한 독을 만들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백질 분석에 따르면 치명적인 독의 단백질에는 최소한 100가지의 펩타이드가 함유돼 있어 만들기가 어렵지만, 약한 독은 매우 간단한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전갈은 먹이나 침입자를 공격할 때 뿐 아니라 짝짓기 때에도 독침을 이용한다. 수컷은 짝짓기 동안 연신 암컷을 독침으로 찌른다. 해먹 교수는 이때도 약한 독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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