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이용결제’ 비밀노출 안돼 차세대 지급수단으로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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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칩이 내장되어 신용카드처럼 쓸수 있는 휴대전화.
IC칩이 내장되어 신용카드처럼 쓸수 있는 휴대전화.
신제품이 나오면 남보다 먼저 사용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자칭 ‘얼리 어댑터’ K씨(35). 그는 요즘 휴대전화를 바꿀까 고민중이다. TV에서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광고를 보고 자신도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전 신문에선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첨단 집적회로(IC)칩을 활용한 무선결제용 휴대전화를 내놓았다는 뉴스도 들려오고 말이다.

사실 신용카드가 여러 장 꽂혀있는 두툼한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불편했다. 특히나 ‘폼’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에겐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휴대전화를 신용카드 대신 쓸 수 있다면 지갑을 아예 두고 다녀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 주변에서 쓰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 K씨는 곧 안테나를 세우고 ‘취재’에 들어갔다.

▽“생긴 건 평범하다”=한 이동전화 대리점. K씨가 보기에 직원이 무선결제용 제품이라고 내놓은 휴대전화는 일반 휴대전화와 다른 점이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배터리와 접하는 부분에 손톱만한 홈이 파여있다는 것뿐. 바로 이곳에 IC칩이 들어간단다. 칩을 끼우고 다시 배터리를 끼우면 겉으로 봐서는 차이점이 없다.

무선결제를 이용하려면 이처럼 IC칩을 결합시킬 수 있는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가격은 일반 휴대전화보다 조금 비싼 수준. 아직은 각 이동통신 회사마다 한 두 개 정도만 이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안에 10여가지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직원의 설명이다.

휴대전화를 구입한 후 신용카드 회사나 이동전화 대리점에서 무선결제 서비스 가입 신청을 하면 신용카드 회사에서 IC칩을 보내준다. 마치 신용카드 신청을 하고 카드를 배달받는 것처럼. 이 칩을 단말기에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쓴다=휴대전화 무선결제가 아무리 편해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 요즘은 그런 곳이 거의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상점이 많았다. K씨는 예전 생각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무선결제용 단말기와 리더기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 따로 떼어놓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은 카드 리더기의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과 KTF가 휴대전화 결제시스템 기술 규격과 관련해 양사가 같은 표준규격을 쓰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양사는 얼마전까지 서로 자신의 기술 표준을 고집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로 통일해야 시장이 늘어난다는 데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SK텔레콤은 연말까지 가맹점에 카드 리더기 47만대를 설치할 계획. KTF 역시 올해 카드 리더기 10만대를 보급하는 한편 하반기부터 신규 단말기는 휴대전화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휴대전화로 무선결제를 하려면 IC칩 내장 단말기와 더불어 리더기가 필요하다. SK텔레콤과 KTF는 올해중 무선결제가 가능한 리더기를 57만대 보급할 예정이다.사진제공 SK텔레콤·KTF

K씨는 ‘이동통신 회사들이 TV 광고를 그렇게 하는 걸 보면 가맹점 늘리는 일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과연 안전할 것인가=남은 걱정은 하나. K씨는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금카드 위조 사건을 떠올렸다.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건 안전할까?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동통신사들은 대체로 IC칩이 마그네틱 기반의 일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보다 보안성에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IC칩을 이용한 카드는 △비밀 번호 입력 △인증 △암호화 등 3단계의 보안 절차를 거친다.

K씨가 보기에 눈에 띄는 차이점은 카드를 직원에게 줘서 긁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쏜’ 후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결제가 된다는 점.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있다. 전화기를 잃어버려도 비밀번호만 노출되지 않으면 걱정을 다소 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분실신고를 하면 기능이 아예 정지되는 것은 일반 신용카드와 마찬가지.

설명을 다 듣고난 K씨. 살까 말까, 이제 결정만 남았다. K씨는 지난해 구입한 휴대전화를 당분간 더 쓰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몇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휴대전화를 바꿀 땐 꼭 무선결제 기능이 있는 것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조만간 신용카드 기능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자동판매기, 또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을 이용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데야….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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