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發) 스팸메일이 전 세계 사이버 공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메일이 급증하고 있다.
13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불법스팸메일 신고 및 상담은 10만6076건. 이중 외국에서 신고한 건수가 6만1681건에 이른다.
이처럼 스팸메일 피해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스팸메일 발송자들이 사용하는 e메일주소 자동추출 프로그램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소를 마구잡이로 수집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관련 사이트를 운영중인 한 미국인은 최근 한국 스팸메일에 반대하는 공간을 별도로 개설한 뒤 한국 스팸메일 문제를 정식으로 미국 의회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제기했다.
그는 미국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홈페이지 회원들의 e메일 주소가 한국 스팸메일 발송자에게 노출되면서 음란 스팸메일이 몰려오고 있다”며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쳐 사이트를 운영하기가 힘들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미국의 또 다른 신고자는 “한국에서 오는 음란 스팸메일 때문에 매일 아침 e메일을 열어보기가 겁이 난다. 어린 자녀들이라도 보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했다.
최근에는 한국발 스팸메일의 활동무대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까지 미치면서 ‘피해 반경’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는 등 한국발 스팸메일의 피해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스팸메일 대응팀의 최윤정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주 지역에서 주로 신고가 들어왔으나 올해부터는 스팸메일 신고가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고건수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알아볼 수도 없는’ 한글로 스팸메일이 오기 때문에 스팸메일을 차단할 수도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법 시행령을 개정, 6월부터는 대량메일을 발송할 때 e메일 제목에 모든 컴퓨터 자판에 있는 ‘@’를 넣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제로 스팸메일 월경(越境)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모든 네티즌들에게 이 같은 방안을 홍보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스팸메일 발송업체가 관련 법을 준수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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