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허갑범 명예교수는 “최씨처럼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인슐린 치료만 받다가 인슐린 기능 검사 뒤 경구혈당강하제를 쓰는 환자가 10명 중 4명은 된다”며 “한국사람의 당뇨병 특성상 인슐린 기능 검사를 통해 맞춤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명예교수와 내과 이현철 교수팀은 최근 한국사람의 특성에 맞는 ‘2형 당뇨병’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했다.
▽한국인 당뇨병의 특징=당뇨병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 선천적으로 이자(췌장)에 문제가 있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1형’과 비만 탓으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2형’이 있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8, 9명은 2형 당뇨병이다. 서양의 경우 ‘2형’이 70∼95%이며 대부분 ‘전체 비만’이 원인이다. 반면 한국은 전체비만으로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서양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대신 뱃살만 찐 ‘복부비만’으로 오는 경우가 ‘2형’ 환자의 절반 정도다. 또 인슐린 기능도 서양과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 ‘2형’은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함)’ 때문에 생기지만 국내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은 60% 정도에 그치고 ‘1형’과 비슷하게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지 않는 경우가 40%나 된다.
▽2형 당뇨병 표준진료지침이란=기존 ‘2형’의 치료법은 미국당뇨학회의 ‘단계적 당뇨치료지침’에 따라 공복시 혈당이 △180mg/dL 미만이면 운동 식사요법 △180∼250mg/dL이면 운동 식사요법 경구혈당강하제 △250mg/dL 이상이면 운동 식사요법 인슐린을 사용하도록 하는 ‘3단계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번에 만들어진 치료지침은 혈당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자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만들어진 인슐린은 제대로 작용을 하는지를 평가해 ‘6가지 치료법’으로 나눈 것이다(표 참조). 따라서 최씨처럼 혈당을 기준으로 하면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되지만 한국형 치료법에 따르면 인슐린 치료보다는 경구혈당강하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허 명예교수는 “인슐린의 기능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점이 있는가=‘2형’ 환자 10명중 4, 5명은 고혈압이 수반되고 6, 7명은 고지혈증이 동반된다. 또 당뇨병 환자의 60∼70%는 비만이다. 관상동맥경화증 환자의 20∼30%에서는 당뇨병이 발견된다. 이러한 성인병을 통틀어 ‘대사증후군(인슐린저항성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허 명예교수는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나타나는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며 “이 같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 여부를 검사해 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치료한 결과 혈당 중심의 기존 치료에 비해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대한 예방 효과가 2배 높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소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이나 협심증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이 동반돼 있다면 한 번쯤 인슐린 기능 검사를 통해 현재 당뇨병 치료법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허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당뇨병 치료 10가지 수칙 ▼
①주기적인 혈당 측정
②하루 소비열량 파악
③식사는 골고루
④매일 한시간 걷기 운동과 술 담배 끊기
⑤체중,허리둘레,혈압,혈청 지질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
⑥정기적으로 당뇨병 합병증 검진
⑦매일 발을 청결하게 관리
⑧매일 식사 후 칫솔질
⑨운동 전후 물을 충분히 마실것
⑩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것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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