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복제 동물인 ‘복제양 돌리'가 조기 사망함에 따라 동물 및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영국 로슬린연구소는 14일 “복제양 돌리가 진행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했다. 로슬린연구소 해리 그리핀 박사는 “안락사 후 완전 부검이 실시됐다”며 “사망 원인에 대한 중대한 발견이 있을 경우 추가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돌리는 1996년 7월 로슬린연구소에서 사상 첫 체세포 복제 동물로 태어나 세계적 화제를 일으켰다.
돌리 사망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일단 ‘복제에 따른 조로 현상’이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직접 사인으로 발표된 폐질환은 보통 늙은 양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 일반적으로 양은 11∼12년 정도 살기 때문에 돌리는 평균수명의 절반 정도를 살고 죽은 셈이다. 돌리는 당시 6세된 양의 젖샘세포를 복제해 태어났다. 돌리는 99년부터 비만, 관절염 등 조로 현상이 나타났으며, 세포의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는 염색체 끝부분(텔로미어)이 정상 양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복제 동물이 일찍 죽거나 빨리 늙는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자주 나타났다.
이달 초 호주 최초의 복제 양인 ‘마틸다’가 뚜렷한 원인 없이 돌연사했다. 2000년 4월 태어난 마틸다의 수명은 불과 3년도 못됐다. 지난해 경상대 김진회 교수팀이 탄생시킨 한국의 첫 복제 돼지는 2주 만에 죽었다. 미국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 데이비드 험프리 박사는 2001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낸 보고서에서 “처음에 정상으로 보이는 복제 동물도 나중에 심각한 유전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돌리의 사망으로 동물 복제 기술에 아직 한계가 많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돌리의 조기 사망은 복제 인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돌리 탄생 이후 복제 인간 논쟁이 계속 가열돼 온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일부 단체에서 ‘복제 인간’이 태어났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를 비롯해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복제 인간은 태어난 뒤 일찍 죽거나 심각한 기형 및 질병을 겪게 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동물 복제는 어른 세포를 억지로 ‘아기’로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가공할 만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복제 동물의 상징이었던 돌리의 때 이른 죽음은 인간 복제의 위험성을 한층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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