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병원은 서울외과 개원을 시작으로 2002년 말까지 15만7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그중 6만여명은 수술 환자였고 4만4000여명은 대장내시경 검사 환자. 병원 규모가 커진 99년 7월 이후에는 매년 초진 환자만 2만여명에 대장 및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이 1만여명, 대장 항문 수술을 한 사람이 1만 여명에 달한다. 특히 대장내시경 검사 실적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 대장 항문 질환과 관련한 대항병원의 진료기록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 수준 진료기록 자랑▼
대장 항문 분야 전문병원으로서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대항병원은 2001년에는 제주도에 제주대항외과를, 2002년에는 상계대항외과를 개원했다. 방배동 본원도 올 7월이면 현재 건물(지상 9층, 연건평 1300평) 바로 옆에 지상7층, 지하 4층짜리 건물이 들어서 연건평만 2200평(1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재탄생한다. 대장 항문 관련 질환만 진료하는 병원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
그렇다면 대항병원이 세계 수준의 전문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강윤식 대표원장(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진료과목을 늘리기보다는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연구함으로써 환자들의 신뢰를 쌓은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 병원 전문의 16명 중 대장 항문 질환을 주로 보는 외과 전문의만 14명. 또 이 병원의 전문의들은 세계 유명병원에서 2년 동안 장기 해외연수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병원에서는 세계적 명성이 있는 대장 항문 클리닉의 의학기술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도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1998년과 99년 미국 대장항문병학회지에 논문이 연속 발표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학병원으로부터 까다로운 환자들의 수술을 의뢰받기도 한다. 또한 전국에서 40여명의 외과의사들이 이곳에서 연수를 받고 가는 등 ‘교육병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이 병원은 ‘재발은 필수고 재수술은 기본’이라는 치질수술은 재발률 1%의 ‘신화’를 창조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10~15%에 이르는 탈장수술 재발률도 1~2%대로 떨어뜨렸다. 특히 2000년 문을 연 탈장센터는 국내 첫 탈장 전문 클리닉으로 한 달에 70~80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탈장은 복막과 복강 내 장기가 복벽의 틈을 통해 사타구니, 음낭 등으로 빠져나와 불룩해지는 현상으로 국민 100명당 2, 3명이 이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증이 없으면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병원의 탈장센터가 수술 재발률을 놀라운 수준으로 떨어뜨리며 의료계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병원에서 새롭게 개발한 ‘인공막을 이용한 무장력 수술’이라는 수술법 때문. 강원장은 “탈장은 치료가 지연될 경우 매우 심각한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전문의에게 인공막을 이용한 무장력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수술법은 통증이 심하고 입원기간이 2주일에 가까운 반면 무장력 수술은 빠르면 수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고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
▼항문물리치료실 등 다양한 시설▼
세계 최고의 검사실적을 자랑하는 수면 대장내시경의 경우 환자가 자고 있는 10분 동안 대장 안에 발생한 모든 질환(대장암·염증성 장질환)을 발견해내는 것은 물론 대장 내에 용종(폴립·혹)이 있는 경우 그 즉시 절개해버려 대장암의 가능성을 조기에 제거한다. 강원장은 “대장암이 지난 20년 사이 4대 암 중 증가율이 가장 높고 사망률도 2배나 증가하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고지방식 및 육식 섭취 증가와 유전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항병원에서 2년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3명 중 1명이 대장질환자로 확인됐으며 그중 대장 용종이 8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대장암 7%, 대장염 5% 순이었다.
대항병원은 이런 의료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환자 서비스 분야에서도 다른 병원들과 구별된다. 먼저 같은 규모의 병원 중 가장 많은, 입원환자 한 명당 0.4명의 정식 간호사(Registered Nurse)가 배치돼 환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으며, 병원을 방문한 전 고객에게 질환 정보 제공, 상담전문 간호사 배치 및 수술과정에 대한 설명 프로그램, 퇴원시 수술 전후 사진 설명, 퇴원 후 생활지도 및 상담서비스 등 다양하고 독특한 서비스가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시설도 다양해 편하고 정확하게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는 내시경실, 대장 및 배변 조영술과 관련한 방사선실, 각종 혈액·소변검사를 하는 임상병리검사실, 항문압과 항문근전도 검사를 하는 항문기능검사실, 항문 특수치료를 위한 항문물리치료실, 360도 회전하며 항문과 직장 주위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항문초음파실 등이 있다.
‘대장 항문이 편한 세상’, 대항병원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자 이상이다.
◈강윤식 대표원장 “전문화로 무장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 터”
곧 불어닥칠 ‘의료개방’이라는 거센 바람에 대한 대항병원 강윤식 대표원장의 해법은 오로지 ‘전문화’뿐이다. ‘이것저것 다 한다’는 말은 결국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라는 게 강원장의 주장.
강원장은 치질 재발률 ‘1% 신화’를 이룬 비결에 대해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완벽하게 절개하는 재래식 수술법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합병증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수술하다 보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적극적으로 그 뿌리를 완벽하게 도려내면 합병증도 없고 재발률도 낮아진다”고 귀띔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레이저 치료는 당장의 아픔은 덜할지 몰라도 수술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재발 가능성이 커 외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강원장의 설명이다. 대항병원이 환자들 사이에 ‘정직한 병원’으로 알려진 것도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는 등 환자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원장은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에 이르고, 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동안 전혀 이물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왜 사람들이 검사를 기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사람들이 질환 부위를 밝히기 부끄러워 검사를 꺼리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강원장이 국내 최초로 탈장센터를 개설한 것도 이런 안타까움 때문이다. 강원장은 “국내에 전문적인 탈장센터가 없어 환자들이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는 최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 병원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전문화밖에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장 항문 전문병원이 되어 대장 항문 질환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겠습니다.” 강원장은 이런 당찬 포부를 현실화하기 위해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출처: 주간동아 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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