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원자폭탄 만들기'…20세기 ‘괴물’ 원폭의 탄생기

  • 입력 2003년 3월 2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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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만들기/리처드 로즈 지음 문신행 옮김/전2권 각권 480쪽 1만5000원 사이언스북스

속하는 책들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과학의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고, 또 하나는 과학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주는 책이다.

과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나 과학자의 일생을 다룬 전기는 과학의 내용보다는 과학과 관계된 사람들의 일화를 주로 다루게 된다. 이 ‘원자폭탄 만들기’는 원자폭탄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직간접으로 관계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20세기 초는 물리학에 있어서 격동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원자의 구조가 밝혀지고, 원자핵이 발견되고, 양자 물리학이 성립되었다. 원자폭탄은 이 시기에 활동하던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잉태되었다. 이 책의 1권에서는 당시에 활동하던 실라르드, 아인슈타인, 러더퍼드, 보어, 페르미, 폴라니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원자폭탄의 잉태와 관계되었는지를 자세히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잉태된 원자폭탄을 출산하는 일은 과학자들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그 일에는 정치가들이 관계되어야 했다. 따라서 1권의 뒤쪽으로 가면 원자폭탄의 출산에 관여했던 정치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정치가들은 이 괴물을 과연 출산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고, 출산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원자폭탄의 산파역으로 참가했던 정치가들 중에는 미국의 정치가는 물론 포츠담에 모였던 3국의 영수, 일본의 전범들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원자폭탄의 산파역을 맡은 사람들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로스 앨모스에 모인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었다.

원자폭탄의 산파역으로 등장하는 마지막 그룹의 사람들은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까지 나르고 폭파시키는 임무를 수행한 군인들이었다.

따라서 원자폭탄이 제조되어 사용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2권에서는 원자폭탄이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관계된 과학자, 정치가, 군인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이 출산되었을 때 그들이 겪는 성공으로 인한 환희와 두려움, 좌절, 그리고 착잡한 심정들이 폐허로 변해 버린 참담한 히로시마의 풍경과 함께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이 책은 원자폭탄이 가지는 과학적, 정치적 의미와 함께 과학자와 정치가들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소설 형식으로 쓰여 있어 긴박하게 전개되는 추리소설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다만 너무 세세한 상황 묘사가 많다보니 이 책의 내용이 중요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인지 취재와 증언을 통한 사실적 묘사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운 점이 아쉽다.

곽영직 수원대 교수·물리학 kdh@su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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