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는 석사과정의 손승우씨와 함께 하이텔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8천여명의 한국 영화배우의 네트워크를 조사했다.
이들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법을 동원했다. 사람을 점으로 찍고 친분관계가 있으면 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몇번 만에 연결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전체 사람들과 평균 얼마 만에 연결되는지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조연으로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박용팔(사진)씨가 우리나라의 모든 영화배우들과 가장 쉽게 연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팔씨는 전체 배우들과 평균 2.06번 만에 연결이 된다.
그 다음으로 연결이 잘되는 사람은 이석구, 양택조씨로 역시 조연들이었다. 이들은 국내 배우 중 최다 출연편수를 자랑하는 신성일씨(평균거리 순위 9위)보다 효율적으로 배우들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로는 안성기씨가 8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팀은 박중훈씨가 국내 영화계와 미 할리우드를 연결하는 길목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최근 박중훈씨가 영화 ‘찰리의 진실’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와 가장 쉬운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영화배우 네트워크 연구는 최근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사회 네트워크 연구의 일환이다. 정 교수는 “최근 사회 네트워크 연구는 사람들이 네트워크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밝혀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 네트워크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가까운 사람보다 먼 지인을 활용하는 게 낫다. 먼 지인을 통해 직장을 찾을 확률이 84%인 것으로 드러났다.앞으로 사회 네트워크 연구결과는 나라의 지역발전 계획과 인사관리, 그리고 회사의 조직관리 등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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