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는 냄새로 난자를 찾아간다” 냄새 수용체 발견

  • 입력 2003년 4월 1일 18시 15분


정자의 냄새 센서가 난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정자의 냄새 센서가 난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정자는 냄새를 맡고 난자가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루르대 마르크 스퍼 교수팀은 정자가 ‘hOR17-4’라는 냄새 수용체를 갖고 있어 이 ‘화학센서’의 도움으로 유인물질을 향해 헤엄쳐 간다고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인 유인물질로 실험한 결과 정자들이 이 물질이 많이 있는 방향으로 마치 벌이 꽃을 향해 일렬로 날아가듯 헤엄쳐 갔다고 밝혔다.

이 유인물질이 정자의 냄새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정자가 칼슘이온을 외부에서 더 많이 받아들여 왕성하게 섬모운동을 하게 된다.

스퍼 교수는 “정자에서 발견한 냄새 수용체는 코의 감각세포에 있는 수용체와 비슷했다”며 “인공적인 유인물질에 대응되는 유인물질이 실제로 여성의 몸 속에서 분비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유인물질이 여성의 생식에 관여하는 통로에서 분비되는 것인지, 아니면 직접 난자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자의 냄새 수용체를 차단시켜 유인물질에 반응하지 못하게 하는 교란물질도 발견했다.

스퍼 교수는 “이 유인물질을 이용하면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재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정자의 질을 높이는 것. 그런데 이 유인물질이 운동성이 좋고 빠른 정자를 골라내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퍼 교수는 “현재 피임약은 호르몬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자와 난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교란하는 물질을 피임약으로 사용하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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