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년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케이블이 처음 개통됐을 때 한 영국인은 감격에 겨워 이렇게 얘기했다.
20세기 초 비행기가 등장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국가간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면서 오해가 줄고 평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전쟁의 양상을 바꿔 대량살상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던 무렵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인터넷 덕분에 미래의 어린이들은 국수(國粹)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새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깨지는 데는 불과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이 확산되는 속도만큼 역작용도 빨리 나타났다. 인터넷에는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과 비방이 널려 있다. 생각이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과 존중,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이 화해와 치유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숨어 있던 증오와 편견을 끌어내고 갈등을 증폭하는 것 같다. 유해정보도 범람한다.
본보 등 25개 기업 및 기관이 공동 주최하고 있는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선포식이 15일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 인터넷기업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그들의 출사표에는 짧은 기간 인터넷 최강국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은 “인터넷의 자정 능력을 믿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져 내 맏아들이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쓰기 전에 자정작업이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유해 정보가 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서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예 인터넷을 쓰지 못하게 한다”라고 조심스레 털어놓기도 했다. 그들도 기업인이기에 앞서 부모였다.
인쇄술이 동시대인에게 지식과 사상을 널리 전파해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민의식의 확산에 기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와 생활양식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인터넷은 인쇄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우리의 노력과 관심으로 미래의 어린이들에겐 인터넷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수단’이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100년쯤 후에는 인류의 평화를 가져온 인터넷에 대한 찬사를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홍석민 경제부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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