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가장 큰 변화는 땅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한다. 딴딴했던 죽은 땅에 미생물과 지렁이가 살게 되면서 부드럽게 변한 것. 그는 “지렁이가 배설하는 흙 알갱이는 물을 잘 머금고 식물의 영양분 흡수를 돕는다”며 “그만큼 귤의 당도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제주도와 유기농단체가 2001년 말 5억원을 들여 서귀포에 설립한 ‘EM환경센터’가 유용미생물 보급과 교육에 나서면서 김씨처럼 미생물농법을 도입한 농가는 1500곳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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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미생물이란 효모, 유산균, 광합성세균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익한 발효미생물을 수십 종 조합한 것으로, 1982년 일본 류큐대 농학부 히가 테루오 교수가 유기농업용 토양개량제로 개발한 것이다.
유용미생물이 함유된 원액이 조금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영양분이 있는 쌀뜨물이나 설탕물에 희석해 미생물을 배양할 수 있다. 이를 음식쓰레기에 넣으면 냄새를 없애고 퇴비로 쓸 수 있어 이를 쓰는 가정과 아파트단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급에 앞장서면서 유용미생물은 더 다양한 용도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유기농가, 음식물 퇴비화시설, 축사, 하수처리장, 심지어는 양식장에서도 환경친화적인 기술로 유용미생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400여 농가, 130만평의 논밭에 거의 무료로 유용미생물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달 전주대에는 15억원을 들인 유용미생물 원액제조공장이 완공됐고 EM연구개발단이 출범했다. 지금까지 유용미생물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환경운동가였으나 이제 대학 교수들이 체계적인 보급과 연구에 나선 것이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 감당기 이상규씨는 돼지를 키우면서 악취에 시달렸으나 유용미생물을 사료에 넣거나 뿌려주면서 냄새가 사라졌다. 양식장 수질 정화에도 미생물이 쓰이고 있다. 전북 부안에서 새우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태수씨는 “유용미생물이 먹고 남은 사료를 분해해 수질을 정화하기 때문에 대하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탄천하수처리장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며 항의하자 4월부터 처리장의 침전물에 유용미생물을 넣어 악취를 없애고 있다. 이 처리장 정산진 부장은 “기존의 탈취제와 비교 시험한 결과 가격에 비해 탈취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며 “유용미생물을 스스로 배양해 살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부산에 유용미생물 생산시설을 세운 한국EMRO 배명창 회장(환경운동가)은 “해운대의 한 호텔 정화조에 유용미생물을 넣으면서 해운대 개천이 뱀장어가 잡힐 만큼 맑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청계천도 뜯어내면 분명히 악취가 날 것”이라며 “청계천 상류의 공공건물 정화조에 유용미생물을 넣으면 정화조가 미생물 배양기 역할을 해 청계천에 조금씩 미생물을 흘려보내 주면서 악취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용미생물이 일본에서 도입된 균주라는 점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전주대 EM연구개발단 김홍남 교수는 “비록 일본에서 도입된 균주이지만 국내의 균과 같은 종”이라며 “이미 100개가 넘는 나라가 EM을 도입했지만 부작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주=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미생물 농법 왕국 북한▼
유용미생물(EM)의 원산지는 일본. 최근 10년 사이에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로 급속히 퍼지면서 EM 원액을 제조하는 나라는 47개국, 수입국은 70개국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서도 북한은 EM의 최대 생산국이다. 전 세계에 EM을 보급하는 일본 EMRO기구의 시바 고이치로 연구원은 “남한에는 두 개뿐인 EM 생산공장이 북한에는 120개나 된다. 북한에서는 100만ha의 농지에서 옥수수, 벼, 배추, 감자를 재배하는 데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1996년부터 김정일이 직접 지시해 미생물 농법을 도입했다. 김정일은 성과가 나타나자 EM의 창시자인 히가 데루오 교수에게 훈장도 주었다.
두 번이나 북한에 갔었던 시바 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지나치게 화학비료에 의존해 토양이 물을 흡수하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져 식량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화학비료 대신 EM을 쓰면서 야채와 감자는 수확량이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북한은 곡식의 수확량이 약 600만t으로 대풍작이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수출이 14.9% 늘었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의류, 농산물 수출이 급증한 데 힘입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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