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사회심리학=A양(11)은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패션이 나왔는가를 확인한다. 맘에 드는 옷을 ‘입어보고’ 목걸이와 각종 액세서리로 ‘치장한다’.
A양이 옷을 구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친구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자신도 그런다는 것. 정신의학자들은 이에 대해 ‘또래의 압력(Peer Pressure)’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래 문화에서 이탈하면 소외감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무의식이 작용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남자 아이들은 ‘터프’한 패션을, 여자 아이들은 ‘공주’ 패션이나 깜찍한 스타일, 연예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를 ‘페르조나(Persona:가면을 쓴 인격) 현상’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든 뒤 ‘가면’ 뒤에서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B양(13)은 친구에게 e메일을 보낼 때 아바타의 ‘상태’를 꼭 확인한다. 친구가 아바타를 보고 “야. 패션이 촌스럽게 그게 뭐냐”고 한 것. 채팅방에서 “옷 좀 사입어라. 언젯적 패션인데…”라는 빈정거림도 들었다.
C양(11)은 친구들과 아이템 선물 주고받기를 좋아한다. C양은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깍쟁이로 소문난다”고 말했다.
D군(12)은 매달 몇 만원씩 아이템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친구들은 사이버 머니가 모자랄 때면 D군에게 ‘S.O.S’를 친다. 그러면 D군은 ‘은혜를 베풀 듯’ 아이템을 선물한다. D군은 이로 인해 친구 사이에 사이버 주군(主君)’으로 대접받는다. 일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것.
▽누가 아바타에 빠지나=성인도 아바타를 꾸미긴 하지만 아이들처럼 심하게 빠지지는 않는다. 대체로 여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4∼6학년,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5∼중학교 2학년생이 아바타 치장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여자 아이들이 남자보다 아바타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 심리학자들은 이에 대해 ‘여성성’의 발현으로 해석한다.
첫째는 모성심리. 인형에 옷을 갈아입힌 뒤 “우리 아기 예쁘다”고 말하는 소꿉장난처럼 아바타를 꾸민다기보다 키운다는 생각으로 몰두한다. 두 번째는 ‘사이버 공주병’으로 나를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아바타를 통해 나타난다.
‘아바타 중독’이라 불릴 정도로 심하게 몰입하는 아이들은 ‘결손 환경’에 방치된 경우가 많다. 인터넷 중독 상담 전문가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 △부모가 무관심한 아이 △주의력결핍장애(ADHD), 강박장애(OCD) 경향이 있는 아이 △우울증과 공포증이 있는 아이 △정체성이 흔들리는 아이 등이 특히 아바타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유행에 민감한 아이 △자기억제력이 약한 아이 △충동성이 있는 아이 등이다.
아바타의 가장 큰 부작용은 ‘탈억제’ 현상. 이성에 의해 억제되던 감성의 고삐가 풀리면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다.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이 한때 자신을 해리포터로 착각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이수진 선임연구원)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무조건 하지마라" 다그치면 문제 더 키워▼
아이들이 ‘아바타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무엇보다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아바타를 제대로 활용하면 좋은 점도 있다. 가령 아이들은 아바타를 꾸미면서 창조력을 발휘하고 내성적인 아이는 개성적인 아바타를 창조해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성격이 밝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역기능이 심하면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www.cyadic.or.kr, 02-3660-2580)에서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아바타 문화를 인정하라=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아이를 떼어 놓으려고 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돼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아이들에게 “너는 중독자다”고 호통 치는 것도 절대 금물.
▽경제 개념을 가르쳐라=아이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과다하게 돈을 썼다면 여러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아이템을 마구 구입한 경우다. 무조건 다그치기보다는 요금청구서를 보여주면서 작은 돈이 어떻게 수십만원으로 불어났는지 이해를 시키는 게 좋다.
▽개방형 가정을 만들어라=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를 거실이나 마루 등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옮긴다. 부모가 함께 인터넷을 하고 아바타 아이템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부모의 무관심이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 증세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깨닫도록 하라=성적이 오르면 인터넷을 해도 좋다는 식의 조건을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성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부모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편법을 찾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이용시간을 정하고 지키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기타 방법=아이들이 컴퓨터가 아닌 다른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령 부모가 함께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인터넷 이용시간을 지키면 용돈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
아이에게 각각의 문항별로 ‘전혀 그렇지 않다(1점)’ ‘때때로 그렇다(2점)’ ‘자주 그렇다(3점)’ ‘항상 그렇다(4점)’ 중 하나를 고르게 해 전체 점수를 합산한다. (자료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일상생활장애 진단(A)
1. 인터넷 때문에 생활이 불규칙해졌다
2. 인터넷을 사용하기 전보다 건강이 나빠진 것 같다
3.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학교성적이 떨어졌다
4. 너무 많이 인터넷을 해서 머리가 아프다
5. 인터넷 때문에 계획했던 일들을 못 지킨 적이 있다
6. 인터넷을 하느라 피곤해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도 한다
7. 너무 많이 인터넷을 사용해 시력 등에 문제가 생겼다
8. 다른 할 일이 많을 때에도 인터넷을 하게 된다
9. 인터넷 사용 문제로 가족과 마찰이 있다
■금단장애 진단(B)
1. 인터넷을 못하면 생활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2. 만약 인터넷을 다시 못한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3. 인터넷을 못하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진다
4. 인터넷을 하지 않을 때에도 자꾸 인터넷 생각이 난다
5. 인터넷 때문에 실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인터넷을 그만두지 못한다
6. 인터넷을 하는 도중 누군가 방해를 하면 짜증과 화가 난다
■인터넷 내성 장애 진단(C)‘
1. 한번 인터넷을 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을 하게 된다
2. 인터넷을 하다 그만두면 또 하고 싶다
3.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려 하지만 실패한다
4.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5. 주위 사람들이 내게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한다고 지적한다
진단결과 | |||
분류 | 초등학생 | 중학생 | 대처법 |
고위험 사용자 | A21점,B16점,C15점 이상에 모두 해당 | A26점,B18점,C17점 이상에 모두 해당 | 중독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문적 상담과 도움이 필요함 |
잠재적 위험사용자 | A18점,B14점,C13점 이상 중 한가지 이상 해당 | A23점,B16점,C15점 이상 중 한가지 이상 해당 | 중독 위험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하도록 교육이 필요함 |
일반 사용자 | 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 . | 중독 위험은 낮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이 권고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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