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이같은 불편을 덜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자동 삭제되는 DVD가 시범 시판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의 ‘플렉스플레이 테크놀러지스’사가 개발한 ‘EZ-D’ DVD가 그 ‘1회용 DVD’로 월트디즈니사의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조만간 이를 상품화해 시판할 예정이다.
‘EZ-D’는 진공 포장돼 개봉 뒤 48시간이 지나면 화학 작용에 의해 데이터가 삭제되며 DVD 플레이어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기존 대여료와 비슷한 5∼7달러(6000∼8400원)이며 ‘EZ-D’에는 기존 DVD와 마찬가지 복제 방지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월트디즈니사가 ‘EZ-D’ DVD를 도입한 것은 미국 영화 시장에서 비디오 판매 및 대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사회사 ‘애덤스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화 시장의 규모는 174억 달러(20조8800억원)다. 이중 대여를 포함한 비디오 시장의 규모는 전체의 58%인 100억2000만 달러(12조240억원)로 극장 수입의 2.4배에 이른다. 극장 수입은 24%인 41억 달러(4조9200억원).
문제는 연체료가 비디오 및 DVD 대여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미국 비디오상점연합회에 따르면 연체료는 대여점 연수입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수입은 비디오를 판매한 영화사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EZ-D’가 자리를 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DVD 소비 패턴을 바꾸는 일이다. 소비자들이 ‘1회용 DVD’라는 새로운 매체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다. 인터넷 DVD 대여 회사 ‘넷플릭스’의 부장 테드 새런도스는 “DVD 초기때도 소비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으며 ‘1회용 DVD’도 이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48시간 이내 영화를 볼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다. 미디어 애널리스트 토마스 울지엔은 “영화를 다 보기 전에 삭제되면 소비자들은 도둑맞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트디즈니사는 “90%의 소비자가 영화를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본다”며 “4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1회용 DVD’가 가져올 환경 문제도 걱정 거리중 하나다. 내용이 삭제된 DVD가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플렉스플레이 테크놀로지사’는 이같은 문제를 의식해 재활용단체와 제휴를 맺어 ‘1회용 DVD’ 수거에도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 차를 몰고 대여점에 반납하러 가는데 쓰는 가솔린의 양이 ‘1회용 DVD’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낭비의 7.5∼20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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