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窓]정력제 광고메일이 판치는 이유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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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바이러스인 ‘소빅 F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급속도로 느려지면서 네티즌의 짜증을 돋운다. 보안 전문업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필자 역시 1분 간격으로 들어온 바이러스 메일로 수신함이 가득 차 여간 짜증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때 또 다른 스팸 메일들이 눈에 거슬렸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판매한다는 광고 메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와 정력제를 판다는 내용의 광고 메일이 부쩍 늘었다. 다음달 중순 이후 시알리스와 레비트라 등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루에 10여통 넘게 수신되는 이런 메일에는 외국업체에서 보낸 것도 여럿 섞여 있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그중 몇 개의 사이트를 열어보기로 했다. 한 사이트를 ‘클릭’했다. 천연 비아그라, 비아그라 농축액, 남녀 성기확대 캡슐, 유방확대 캡슐, 남녀 정력제, 흥분제 등을 팔고 있었다.

처방전 없이 비아그라를 살 수 있을까. 결과가 궁금해 메일을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았다. 또 다른 사이트에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우리 사이트에서는 비아그라를 취급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답변이 왔다. 그러나 “비아그라 못잖은 천연 비아그라가 있다”며 구입을 권했다.

이번에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성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캡슐을 판매한다는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이 업체는 ‘100% 생약 성분으로 돼 있어 부작용이 전혀 없다. 그뿐 아니라 성기가 눈에 띄게 커지고 단단해진다’며 약의 효능을 선전하고 있었다. 엄청난 효과를 봤다는 ‘고객’의 사용 후기까지 친절하게 게재돼 있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약품 거래’는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 메일을 주고받은 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거래를 한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가 없다. 게다가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가공식품을 정력제나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켜 네티즌을 현혹하고 있다.

이런 광고들이 판을 치는 것은 발기부전을 부끄러운 질병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고쳐보겠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수요자로 항상 남아 있으니 공급도 계속되는 것이다.

음습한 것에는 구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질병에는 떳떳하게 맞서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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